공지사항

개날연 프로젝트 - 에필로그

개날연 2012. 12. 29. 00:43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무언가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막연히 한것 같습니다. 정말 개인적으로 나름 어디 기부도 하고싶고, 먼 곳에 가서 봉사도 하고싶고..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그곳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뭐라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한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의사라면 가서 사람들 병이라도 고쳐줄 수 있고, 토목이나 건설, 기기 수리같은 기술이 있으면 가서 도와주고 알려주면 되겠지만, 할 줄 아는거라곤 그저 실험실에서 연구가 전부였던 녀석이 어디가서 남들을 위해 할 수 있고, 줄 수 있는것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게다가 연봉 1천2백-_- 으로는 도저히 기부를 할 엄두는 안났고, 건강도 안좋아서 산책만 해도 헉헉대는 녀석이 어디 가서 봉사활동은 꿈도 못꾸었다는 참으로 그럴듯한 핑계를 댑니다. 


   2007년 경이었나 싶습니다. 이미 그 훨씬 전부터 건강이 좋지 못하던 저로서는 다른것은 줄게 없으니 내가 가진 작은 경험과 지식이라도 누군가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으로 익힌 것들을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가져가서 자신들을 키우는데 쓰면 참 좋겠다는 누구나 다 해보는 단순한 생각. 그러나 이 또한 제가 어느 대학 교수자리에 있어서 제대로 붙잡고 가르칠 수 있는 제자들이 있는것도 아니고, 또 누구를 교육시킬만한 반듯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때도 그냥 아쉬운 생각으로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2009년 어느날, 더이상 미뤄선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나눠줄수 있는 거라곤 정말 이런거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줘야겠다고.. 꼭 내가 아는 특정한 몇몇에게 전해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 박막을 하는 누구에게나 다 전해줄수 있도록 해보자.. 라는. 





   그게 정말 단순했던 '개날연 프로젝트' 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것 들을 하나씩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 블로그의 내용은 본래 책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 처음 부분들의 게시글을 보면 요즘처럼 이야기하는 대화식으로 글이 씌여져 있는것이 아니라, 딱딱한 문어체로 작성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당시에 책을 목적으로 워드에 작성했던 것이고, 나중에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지금도 언제나 가장 신경썼던 것은 '내가 아는것을 쓴다' 입니다. 많은 전공서적들은 대부분 읽으면 이게 무슨뜻인지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저도 읽다보면 내용이 이해가 안가서 수십번씩 반복해서 읽기도 하죠. 많은 경우에 학생들은 책에 수식이 나오면 먼저 긴장부터하기도 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수식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계산하고 풀어야 한다고 하면 애당초 책을 보는것이 큰 부담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며 문장 하나로 며칠씩 고민도 했습니다. 어떤책은 이 부분은 쉬운데 저 부분은 어렵습니다. 어떤책은 또 다르죠. 같은 현상인데 접근을 다르게 해서 설명해 놓은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은 비록 어렵더라도 대부분 무슨 뜻인지 일단 알고나면 본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그렇게 이해한 내용들과, 오랜시간동안 실험을 해오면서 찾아냈던 지식과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들,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했던 내용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복잡한 수식은 없애버렸습니다. 실험이란것은 실제 사람이 움직이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제가 생각한 책의 목적은 실제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시키는 것이지, 계산기를 두들기며 계산하고 답을 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이 내용들을 작성하는데 거의 자료를 보지 않았습니다. 누가 몇년도에 태어났는지 같은건 별수없이 자료를 찾아 봤습니다만, 대부분은 기억하고있고, 알고있고, 경험으로 익힌것들을 꺼내서, 앞에 학생을 두고 하나씩 설명한다고 생각하며 쉬운 방향으로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은대로 썼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 입니다. 뭔가를 보고 그리는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있고, 또 머리속에서 이건 이렇게 되어있었지, 요건 이렇게 표현하면 이해가 쉬울거 같아.. 하며 떠오르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을 의도했기 때문에 내용이 그저 여러개의 자료 정리로 그치지 않고, 제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잊지 않는것은 저는 결코 남을 가르치려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아는것을 '전달' 하고자 할 뿐 입니다.  


   그런데 책으로 만들다 보니까 진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본래 글 쓰는데 재주도 없고, 글 쓰는것 자체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 진도가 나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블로그란걸 알게 되었는데,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면 한달에 2-3편 정도는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미리 공개를 해야했지만, 블로그에 올린다고 책을 못만들것도 아니고 오히려 좀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블로그를 만들어 그동안 작성한 내용들을 하나씩 올립니다. 그게 지금 개날연 블로그의 시작입니다. 블로그 시작 1년간은 하루 방문객은 평균 5명 이었습니다. 불과 작년 2011년 5월 만 하더라도 하루 방문객은 많아야 15명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루에 약 3~400명이 찾아옵니다. 하루 평균 25.7명이 넘으니 사실상 파워블로그죠 -_ -  


   책으로 작성되던 내용이 블로그 게시물로 바뀌어 올려지고 있지만, 애당초 책이 목적이었으니 제가 계획한 내용들이 블로그에 모두 올라가면 종합해서 책으로 나오게 될겁니다. 사실상 책으로 남겨지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편합니다. 단, 제가 스스로 다짐했던 조건이 있었습니다. 



     1) 이제 실험실에서 박막을 처음 만들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2) 상업적은 물론이고 특정 집단, 개인적인 이익은 절대로 없도록 한다.



   당연히 저 자신의 이익도 없습니다. 책을 만든다니까 저보고 결국은 돈벌려고 그러는구만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공적인 내용의 책이 돈벌이가 되는 경우는 그닥 못본거 같습니다. 칼 세이건이나 스티븐호킹의 저서도 아니고.. 열역학 처럼 여기저기서 많이 배우는 전공서적 정도 되어야 1년에 몇천부 이상 팔리겠죠. 박막 관련 전공책은 팔려봐야 1년에 몇백권 나가지 않습니다. 어지간한 출판사에서는 출판하겠다고 받아줄지도 의문인데다 출판관련해서 도움 받을 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두 제 자비로 출판할 계획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게 자비로 출판된 책은 다시 필요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겁니다. 개날연 프로젝트가 돈벌고자 시작한것이 아니므로 돈받고 팔 생각도 없습니다. 어차피 이런걸 돈주고 살 사람도 몇 없을듯 하고, 그래서 오로지 초판으로 몇백부만 한정 발행되고 그걸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날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작권 같은건 저에게 있겠습니다만, 정확한 내용이나 나중에 정말 필요시 좀더 발행이 가능한지 등은 출판사와 이야기 해봐야 하겠습니다. 어느분은 그런 좋은 의도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하지 않냐며 책값을 조금 싸게해서 판매를 하는게 더 많은 사람이 볼수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그러기엔 애당초 제 계획과 달라지게 되므로 그닥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비판매용으로 찍혀 나올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3년에 걸친 '개날연 프로젝트'는 이제 2012년을 끝으로 1차 마무리 됩니다. 단지 박막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2009년부터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지출을 줄이며 출판비를 모았습니다. 현재 자료들을 수정 및 보완하고, 부족한 몇몇 부분은 추가하고, 그림도 필요한것은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만든 뒤에 내년 봄에 학기가 개강하면 학생들에게 나눠주려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오로지 실험실에서 박막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이익 없이, 그렇기 때문에 이 블로그의 내용 및 자료가 회사 등의 이익집단, 어떤 단체, 개인 등에 의해 사용 되는것을 절대 금지했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그래도 내가 이땅의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이것뿐이라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박막은 과학에서 한 분야에 불과하고 제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박막에서도 아주 기초적이고 일부분일 뿐 이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이 조금의 흥미라도 가질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여러분들께 이 책을 전해 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생각으로부터 6년, 시작으로부터 3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by 개날연..








가끔 생각하는게.. 기왕 좋은 목표를 가지고 하는건데 

김제동 이 친구 한테 책머리에 축하 싸인이라도 해달라고 할까 -_- 싶기도 합니다만 -_- 

이 양반이 해줄라나 -_-;



  


==============




책은 완성되어서 제가 줄수있는 관련 대학 및 학과 학생들에게 무료배포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국 52개 대학의 도서관으로도 보내졌습니다. 

이곳 블로그에서도 원하는 학생분들이 계셨지만, 리플에 본인의 학교, 학과, 이름을 미리 밝힌 몇분을 제외하고는 보낼곳을 알지 못해 전해드리지 못한것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