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이 샌다 - 기체누설(Leak) #1.
참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있어서 좀 바쁘기도 했고, 몸상태도 그닥 좋지 못하기도 했구요.. 더위에 약해서 여름에는 힘을 못쓰는 시덥잖은 이유도 있습니다. -_ - 우햐튼...이제 대학교가 다들 방학을 했는지 방문자도 좀 줄었고, 때맞춰 날씨도 더워지고 하니.. 더 더워서 뇌가 녹아내리기 전에 또 하나 만들어 봅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동안 해온 이야기와는 약간 다를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실험 조건이나, 제조된 박막의 특성이나 측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진공 시스템 자체에 관한 이야기죠. '진공' 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타나는, 그리고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하고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진공챔버에서의 기체 누설(leak) 또는 누출 이라고 부르는 현상 입니다.
우리는 박막을 만들기 위해 1차펌프를 가동하여 러핑을 하고, 2차펌프를 가동시켜 원하는 진공도까지 시간을 들여 힘들게 진공을 잡습니다. 이때 진공을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 시스템의 설비와 구조, 펌프의 성능, 챔버의 크기 등에 따라 모두 달라지게 되므로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장비를 항상 다루는 사람은, 그리고 오랜시간 다뤄본 사람은 다른 시스템을 접하더라도 어떠한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낌새를 알아차리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정말로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이 없다면 가질수 없는 어려운 능력이죠. 그렇게 찾아내는 많은 이상 중 하나로 기체 누설이 있습니다.
기체의 누설이라 함은 한마디로 진공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 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실험자는 자신의 스퍼터의 최대 진공도(base pressure, ultimate pressure, 기저압력, 도달압력 등의 용어로 사용됨)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진공을 뽑고 몇분 뒤에는 얼마의 진공도가 나오는지, 몇시간후에는 최대 얼마까지 진공이 잡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언젠가 한번 말한 것 같지만 조금만 숙달되어도 펌프 소리만 듣고도 대충 진공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어느 시스템에서 최대 진공도가 10-8torr 까지 나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10-8torr 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밸브를 닫아 펌프와 챔버를 차단시키게 되면, 챔버내부는 언제까지나 10-8torr 를 유지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해보시면 알겠지만 실제로 진공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디선가 진공이 새고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생각해 봅시다. 평소에는 10-8torr 까지 진공을 만드는데 4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60분이 걸리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진공을 만드는데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특정 진공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는, 펌프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펌프 성능이 저하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죠. 사실상 진공이 잘 안잡힌다고 했을때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펌프쪽 입니다. 그런 뒤 여러가지 확인 작업을 거쳐 '펌프는 정상이다' 라는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실험실의 온도 및 습도, 챔버 내부 샘플의 종류, 진공게이지의 정상작동 유무 및 영점확인 등등.. 진공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확인 해야 합니다. 그런 뒤 아무 이상없다고 판단된 후에 누설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 순서입니다. 챔버외부에 눈에 바로 띄는 크랙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누설이 조금 있더라도 실제적으로 사용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고, 어쨌거나 원하는 진공도에 도달은 하고 원하는 진공도를 유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경험자가 아니라면 이러한 기체 누설의 유무 자체를 알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내가 쓰는 장비에 누설이 있다고 생각조차 안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상당수 학생들이 누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누설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며, 누설을 탐지할 장비가 없는 곳도 많고, 비록 누설을 찾아낸다 해도 챔버 부품교체, 용접 등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직접 손대지 못하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장비는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설은 가능한 모두 찾아서 해결하고 유지 및 보수 하는 문제로 봐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누설(leak)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챔버 외부에서 챔버 내부로 기체(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챔버벽을 관통하는 홀(hole)이나 크랙(crack)이 발생했거나, 용접부의 결함, 배관 연결부(플랜지 flange)의 조임에 틈이 발생했다든가, 개스킷(gasket)이나 오링(O-ring)의 노후, 밸브가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든가 하는 이유로 발생하는 기체유입, 즉 실제로 기체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실제누설(real leak) 입니다.
챔버벽 크랙(crack)에 의한 누설
아무리 오랜만에 그린 그림이라지만 이건 좀... -_ -
아니면 플랜지나 가스켓 불량 이런 것들...
그런데 위의 누설과 약간 다른 종류가 있습니다. 겉보기엔 누설과 같은 증상을 보여 진공이 유지되지 못하거나 진공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실제적으로 외부에서 기체의 유입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가상누설(virtual leak)이라 불러 실제누설과 구분합니다.
가상누설의 대표적인 것은 outgassing 인데요, 이것은 챔버 내부벽과 챔버 안의 장비에 기체분자나 수분이 흡착되어 있다가 진공상태에서 방출되는 현상입니다. 챔버벽 및 내부 장비에는 스퍼터링을 오래 할수록 타겟입자가 증착되거나 산화물 형성 등의 오염이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체흡착이 더 쉽고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로드락(load lock) 타입이 아닌 챔버 자체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배치식 챔버의 경우, 챔버를 열때마다 대기중의 먼지, 수분, 산소 및 질소 등의 대기성분 기체분자들이 챔버 내부로 들어와 골고루 흡착되기 마련이죠. 이렇게 흡착된 수분과 기체들이 고진공으로 갈수록 방출이 진행되어 최고 진공으로의 도달을 방해합니다. 사실상 이 현상은 모든 진공시스템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챔버벽 or 부품 표면으로 부터의 outgassing 현상
다공성의 산화물 등이 존재할때 특히 정도가 심해진다.
가상누설의 개념은 실제로 외부에서 기체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부 어느곳인가에 포획되어 있던 기체가 진공이 되면서 압력차에 의해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가상누설을 야기시키는 기체가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외로 많습니다. 더블오링(double O-ring)이라고도 부르는 이중 밀폐부, 장비를 조립할때 사용된 볼트, 너트 등의 틈새 등은 가상누설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더블 오링(double O-ring) 사이에 존재하던 기체가 방출되거나..
장비 체결부의 볼트 및 너트 틈새에 존재하던 기체의 방출
가상누설도 진공을 만드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최대진공도 도달을 방해하므로 실제누설과 겉보기 증상이 같습니다. 그렇다면 누설이 있는것은 확실한것 같은데 이것이 실제누설인지 가상누설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실험을 해봅시다.
1. 1차펌프 밸브 open 부터(진공 뽑기 시작) 2차 펌프 가동하여 고진공밸브를 열때까지(예를 들면 10-3torr) 시간을 측정한다.
2. 고진공밸브 열었을때(10-3torr) 부터 최대진공도 도달까지(예를 들면 10-8torr) 시간을 측정한다.
3. 고진공 밸브를 닫고 Ar을 유입시켜 진공을 일부러 2번의 시작 수준까지(10-3torr) 만든다.
4. 고진공 밸브를 열어 다시 최대 진공도까지 도달시간을 측정한다.
그리고 이걸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누설측정 그래프(진공도 수치는 예를 든 것임)
실제누설인 경우 a-b와 c-d 의 시간이 같다
가상누설이면 그래프가 이렇게...
c-d 구간이 매우 빠르게 나타남
만약 챔버 어딘가에 틈이 있어서 외부에서 기체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제누설이라면, a-b 구간과 c-d 구간의 기울기와 속도가 같아야 합니다. 언제나 일정량의 기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만약 c-d 구간의 기울기가 훨씬 더 급격해서 시간이 빠르다면, 이것은 가상누설이 존재 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챔버벽에 흡착되어있던 기체들이 어느정도 제거된 상태이므로 그다음 진공을 다시 뽑을때엔 이들에 의한 영향이 어느정도 제거되어 더 쉽게 최고 진공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상누설은 고진공상태로 오래 유지만 해도 어느정도 제거가 가능합니다. 가상누설 문제를 더욱 해결하려면 챔버벽을 클리닝하고 열선으로 챔버를 가열하여 내부 흡착기체 및 수분 등을 증발시켜 제거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이정도만 해도 눈에띄게 진공도가 달라지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최고 진공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걸리고 있다면 실제누설을 고려해야 합니다. 두가지의 누설 형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경우는 사실상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상누설과 실제누설의 압력 증가 형태
이렇게 시간(ΔT)에 따른 압력변화(ΔP)를 이용해 누설률(Q)를 구할 수 있음.
dP/dt = Q/V 의 관계에 있다. 여기서 V는 용기 체적.
실제누설과 가상누설의 구분은 고진공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의 비교 뿐 아니라, 고진공을 만든 후 밸브를 닫고 진공이 빠지는 시간을 측정해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실제누설은 챔버내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많고 일정하므로 어느정도 일정한 기울기를 가지고 압력이 올라가는데 반하여, 가상누설은 방출되는 기체양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기울기가 조금씩 감소하는 형태를 나타내곤 합니다. 역시 이것도 두세번 반복하면서 비교해보면 좀 더 명확히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현상들은 고진공일수록 증상이 뚜렷하며, 저진공인 경우는 외부와 압력차이가 적어 실제누설 및 가상누설의 정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by 개날연..
이거 .. 어째 하다보니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눕니다. ;;
2편에서는 누출 현상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과
검출 방법에 대해서.. -_ -;;
올 여름엔 비키니를 볼 수 있을까여.. ~~~ ;ㅁ;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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