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날연..의 일상/영화,음악,음식 등등

잡채는 어느나라 음식일까?

개날연 2010. 1. 16. 23:51

 

 

 

 

  중국? 한국? -_ -

 

  중국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 '다른나라 요리라도 우리나라 입맞에 맞게 개조되면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다' 라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잡채는 분명 한국음식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짜장면(자장면이 맞는 표기라지만 짜장면 이라 하는게 더 맛나보인다)은 분명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고 수정되어져 온 음식인데, 그럼 이게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 맞는건가?  -_ -

우리나라 사람은 그렇다고 할지 몰라도, 실제 짜장면을 탄생시킨 화교분들이 인정할 것인가?

 

  혹시 그렇다면, 일본에서 기무치(이넘은 분명 김치랑은 맛도 재료도 다르다)를 만들어서 세계에 알리면 그게 일본 음식이 되어야 하는걸까..? 때문에 이런건 사실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그럼 이제 편하게 원조를 따져보자. 과연 시작은 어디인가.

  잡채의 시작은 대체 언제 어디서 부터인지..

  그런데.. 구글링을 해도 찾을수가 없다. 웬만한 음식은 언제부터 누가 만들어 먹었고, 왜 생겼고 등등이 있는데.. 잡채는 그런 기록을 찾기가 정말 힘든거다. 기록이 없다. 대체 왜..?

 

  그러다 정말 오래전에 잠시 어느책에선가 '잡채는 미국에 사는 화교가 만든 미국 음식이다' 라는 아주 짧은 글을 보았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 내용과 비슷한 자료가 있을까 찾다가, 결국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찾아냈다.

 

 

 

  '이 토마토 소스는 '케치압(Ketsiap)' 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자들과 함께 건너왔다. 그런데 독일 팔츠 지방에서 온 이주민의 후손인 헨리 존 하인즈라는 스물다섯살 청년이 1869년에 미국 땅에서 그 소스를 발견하고는 치밀한 광고와 대량 생산을 통해 오늘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케첩은 찹수이(Chop Suey : 잡채, 미국식 중국 요리)의 경우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찹수이는 중국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반면에 케찹은 미국이 진짜 원조라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온 것이다.'

 

출처 :

상식의 오류사전 1, 204p

 

저자 :  

발터 크래머 -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 교수

괴츠 트렌클러 -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 교수

 

역자 : 박영규, 박정미


 

 

  오우... ; 잡채가 미국출신이란거 보다, 캐첩이 중국출신이란게 더 놀랍다 -_-;;

 

  추가로 이런 참고링크를 찾았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될것같다..

 

http://kids.usembassy.or.kr/KOR/05_history/history_0836.asp?pageid=8&subpage=36

 

 

 

 

  어쨌든, 위 자료에 의해 유추한다면, 미국에서 탄생한거라고 보이는 잡채는 중국인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게 과연 현재 잡채의 원형이 맞을까..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야채와 고기를 볶는 요리는 현재 중국요리에 매우 흔한 타입인데, 저 요리 전에 중국에 그런 요리가 없었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잡채라는 말이 '여러가지 야채와 함께 볶은 음식'을 뜻하는 거라면 우리나라에 야채볶음이 없었다고 할수있는가..

 

  결국 잡채와 비슷한 형태의 요리는 많았는데, 저 링크에서 말하는것 처럼 새로운 재료와 소스를 사용해서 '중국인과 미국인의 입맛에 모두 맞는' 요리를 만들었고 그 요리에 이름을 찹수이(잡채)라고 붙였으며, 그 이름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그런 방식의 요리를 그냥 잡채라 부르게 되었다. 뭐  그런식의 해석은 무리일까? 어쩌면 많은 야채와 고기를 섞은 볶은 요리들 중에 '잡채'로 분류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하는 그런게 필요한걸까..? 여전히 의문이 가라앉질 않는다.  사실 미국의 찹수이랑 우리나라의 잡채는 생긴것도 맛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쓰다보니 여태 중요한 키워드를 잊고 있었다. 바로 당면이다. 1896년, 미국에서 생긴 잡채는 당면이 없는듯 한데 현재 우리나라 잡채는 당면이 주 재료다. 그럼, 과연 잡채에 당면이 언제부터 첨가되었는지 알면 접근이 조금 쉬워질듯 하다. 그래서 당면을 검색하다가 몇몇 자료를 추가로 더 찾았다.

 

 

 

 

'호면(胡麵 :당면)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을 볼 때 중국에서 들어온 국수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19년 황해도 사리원에 처음으로 당면 만드는 공장이 생겼던 걸 보면, 당면을 삶아 만드는 최근의 잡채는 빨라야 그 무렵부터 대중적으로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음식 잡학 사전', 윤덕노 저, 북로드


 

 

  이 출처에 의하면 역시 잡채에 들어간 당면은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우리가 먹는 잡채는 근래들어 생긴 음식이라는 이야길 하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문구가 있다. 바로 '최근의 잡채' 라는 말이다. 이것은 최근의 잡채 이전에 다른 잡채가 있었다는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또 찾기 시작했다. 최근의 잡채가 아닌 그 이전의 우리나라 고유의 잡채가 있었는가? 그래서 또 삽질하면서 '조선식 잡채' 를 설명하는 자료를 찾아냈다.  1670년, 조선 현종 11년에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 이란 요리책이 쓰여졌는데, 거기에 조선시대의 잡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음식지미방》의 잡채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으로 이어져서, 1924년만 해도 여러 가지 채소와 해삼·전복 등을 채로 썰어 볶아 겨자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었으며, 당면 唐麵을 넣지 않았다.'            

 

출처 :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김상보 저, 가람기획

 


  어라..?  잡채에 당면이 없어? 그러쿠나;; 문헌에 의하면 채소와 해물을 볶아서 그걸 겨자장이나 초장에 찍어먹는게 우리나라의 잡채인 것이다. 지금의 잡채와는 상당히 다른 원형을 가지고 있으며 먹는 방법도 다르다. 그리고 1924년 까지도 당면은 잡채에 있지도 않았다. 그럼 오늘날 당면이 들어간 잡채는 대체 뭔가? 여기서 또 확인을 해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이 즐겨 먹는 당면을 주재료로 한 잡채는 1912년 이후 당면의 폭넓은 보급에 따른 일종의 중국식 잡채이지 조선식 잡채는 아니다.'

 

출처 :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김상보 저, 가람기획

 


  그렇다. 이 책에서는 '음식 잡학 사전'의 내용과 동일하게 당면이 들어간 잡채는 근래에 생겼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게다가 이 자료에서 보면, 지금 먹는 당면이 들어간 잡채는 분명 우리나라식 음식은 아니다. 아예 '중국식 잡채이지 조선식 잡채는 아니다' 라며 현 잡채는 중국식 요리라고 못박아놓고 있다.

 

 

  종합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식 잡채라고 불리우는 원형은 일반적으론 찾아보기 어려운듯 하다. 고급한정식이나 궁중요리쪽에는 원형이 남아있겠지만, 내가 그런걸 먹어본적이 없으니-_-뭐라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당면자체가 중국 요리 재료이기 때문에..

                 윅히 : http://ko.wikipedia.org/wiki/%EB%8B%B9%EB%A9%B4 

                 눼입허 : http://100.naver.com/100.nhn?docid=43607

 

 

 

  결과적으로, 비록 우리나라식 잡채가 있었지만 현재 우리가 잡채라 부르며 먹는 당면요리는 중국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한, 중국식 요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에 맞게 들어가는 야채와 맛은 조절되었다.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자.

  '다른나라 요리라도 우리나라 입맞에 맞게 개조되면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다' 라는 가정은 성립하는가.

요리 전문가들 사이에 이런경우 어떻게 하자고 규정이나 규칙을 정해놓았는지는.. 난 모르겠다.  

 

 

 

 

...by 개날연..

 

 

 

 

  후.. - _-y~  내가 요리사도 아닌데 오밤중에 이게 무슨 뻘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