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날연 2017. 3. 8. 00:35

밤새 눈이 한가득이다.

밤 10시쯤 부터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 것이 

새벽 2시넘어 함박눈으로 변한걸 보고 거의 본능적으로 커피를 탔다. 


내리는 눈과 커피를 마시는것은 언제나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참 오래던 기억을 하나 떠올려버렸다. 

그 속의 나는 웃고있던걸 보면 

어쩌면 행복한 기억인듯 싶다.

눈내리는 밤은 외롭거나 그저 차분할 줄만 알았었는데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짐정리를 시작한다.

이제 이 방에 올 수 있는시간도 한달이 채 안남았다. 

언제나 떠날때면 그런 생각을 했다.

애당초 내가 있을 곳은 아니었다고.

그저 잠시 머물다 필요가 다하면 가야하는거라고.

본래 내 능력도 그정도 뿐이었겠지만

내 의지가 아닌, 주어진 조건과 강제에 의해 그리되어야 하면

그 생각은 나름 위안이 되어주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이곳은 마음에 들었었다.

겨우 알바비도 안될정도로 적은 보수였지만

아픈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던거 같다.

무엇보다 이 일을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아마도 

살아서 다시는 이 일을 하지는 못할거다. 

하지만 아쉬움 보다는 내게도 그런날이 있었다고 떠올릴수 있을듯 하다.

그렇게 웃으며 접는다.


어느새, 차들을 괴롭혔던 도로에 눈은 많이 녹아있다.

집에 갈 걱정은 없겠다.






..by 개날연...





한 5년은 된 12월의 겨울 어느날이었던 듯 하다. 

많은 것을 내려놓았던 하루.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