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날연 2024. 11. 24. 21:50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글 올린지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책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3쇄를 조금이라도 찍어야 하나 처음엔 고민은 했지만, 죄송하게도 지금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작년, 책을 완성시키고 긴장이 풀린 얼마 후 일입니다. 날짜도 기억합니다. 12월 1일. 멀리 지방에 갔다가 밤늦게 집에 운전하며 오는 도중 오른쪽 배꼽 아래쪽이 갑자기 ‘차가움’을 느낍니다. 마치 얼음을 갖다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손으로 만져보면 차갑지 않으니 뭐지? 뭐지? 왜 여기가 차갑지? 엄청 신경이 쓰였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이 증상은 대략 하루정도 지속되었다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1주일 후, 다시 배 아래쪽이 ‘차가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만 나타났던 차가움이 가운데, 왼쪽까지도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추위를 심하게 느낍니다. 양쪽 팔(어깨 아래에서 팔꿈치 사이)이 오한을 느낄 정도로 싸늘했습니다.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써서 몸이 안좋아 추워서 그런가 보다 싶었고, 그래서 항상 추운 듯 팔을 쓰다듬고, 아랫배와 양쪽 팔에 핫팩을 붙이며 다녔습니다. 이 증상은 꽤 오래 지속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엉덩이 위와 허리에서는 불에 데여 화상입은 듯한 뜨거움이 나타납니다. ‘작열감’이라고 표현되더군요.

 

  이런 알 수 없는 이상한 통증은 이제 주위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차갑다고만 생각했던 배의 느낌이 어느 날은 뜨겁다고도 느껴지고, 양쪽 허벅지 안쪽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리에는 마치 전기가 오는 찌릿찌릿한 현상이 나타나죠. 어느 날은 자다가 갑자가 왼쪽 허벅지 안을 바늘로 푹- 찌르는 통증에 놀라 잠을 깼는데, 바늘이 밖에서 찌르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 안에서 밖을 향해 뚫고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통증은 며칠 후, 오른쪽 발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역시 자다가 놀래 잠을 깹니다. 어떤 특정한 패턴이 없이 통증 부위도 무작위로 나타나고 있었죠. 하루종일 괴로운 통증과 함께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습니다. 그야말로 삶의 질이 바닥이었죠.

 

  당연히 그사이 내과나 정형외과 등의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내과 문제는 아닌 듯하고, 본래 디스크가 있었지만 디스크의 증상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관계없다는 의사의 말. 피검사도 몇 번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검색해서 나름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신경과를 찾아갑니다. 그 의사는 내말을 듣고 여기저기 뾰족한 도구로 찔러보며 몇마디 물어보더니, 눈이 동그래 지면서 신경은 증상이 이렇게 나타날수가 없다며 척추 MRI를 찍어보라며 대형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올해 2월, 모 대학병원 신경과를 예약하고 찾아갔습니다. ‘명의’라는 TV 방송에 나왔던 의사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내 증상을 듣더니, 처음의 의사와 같이 신경이란 것은 각 특정 부위를 따라 통증이 나타나지 이렇게 무작위로 통증이 나타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검사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손발과 머리에 전선을 연결해 중추신경 말초신경을 검사하는 신경전도검사를 했지만 별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검사에서도 이상 없으니 이걸 찾으려면 온몸을 스캔하며 다 뒤져야 하는데, MRI를 찍기는 좀 이르지 않냐며 당분간 더 지켜보자고 합니다.  

 

  그렇게 맘편히 있어보려 했지만 통증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더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쯤, 하나의 패턴을 발견합니다. 앉거나 누우면 허리에 느껴지는 그 데이는 듯한 작열감. 뜨거운 통증이 심해진다는 것. 운전하다가 통증 때문에 중간에 정차하고 밖으로 나와 일어서면 통증이 바로 완화되는 것으로 보아 혹시 앉을때 허리쪽에서 신경이 뭔가에 눌리면서 나타나는건가 싶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앉아서 일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앉기만 하면 통증이 심해지니까, 집에서도 의자에 앉지 못하고 그냥 서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4월쯤, 여러 언론기사에 나온 나름 제일 유명하다는 마취통증의학과병원을 찾아갑니다. 기사에 나온 정보를 보면, 내 증상과 매우 비슷한 증상들에 대해 말하며 잘 알고있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무척 빠르고 성격이 참 급해보였던 그곳의 의사는, 내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몇 개의 질문을 하더니 이런건 진단이 안나온다고, 뭔지 모르겠다면서 성질(?)을 내더군요. MRI나 CT 찍어봤냐는 질문에 아직 못찍었다고 하니까 그런것도 안찍고 여길 오냐며, 이런거 찾고싶으면 대학병원을 갈것이지 여기는 왜왔냐며 화를 내요. 분명 병원 홈페이지 광고는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써져있었던것 같은데 말이죠. 나는 뭔지 모르니 이런 저런 검사를 해서 원인을 찾아달라고 온거지, 아는 병 고쳐달라고 온게 아닌데, 의사가 MRI건 뭐건 검사해서 찾아보자고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러길 원했는데 모르는건 건들고 싶지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혹시 앉을때 신경이 뭐에 눌려서 그럴수도 있냐고 물으니 “아, 몰라!! 모른다니까!!” 이러면서 간호사에게 무슨 약 1주일치 줘서 보내라고 그러더군요. 대체 이게 무슨 의사야 싶었어요. 참 우습게도 이 의사도 바로 그 ‘명의’라는 프로에 나왔던 사람입니다. 명의라... 명의의 정의가 뭘까. 내가 여길 왜 온거지 한숨 쉬며 그 병원에서 나오는데 차가운 4월의 비가 딱 기분처럼 더럽게 내렸습니다.  

 

  그리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허리 아래에서만 나타나던 증상이 조금씩 위로 번집니다. 양쪽 허벅지에서 전기가 오면 동시에 양쪽 팔꿈치 위쪽에서 전기가 오고, 양쪽 종아리나 발에서 전기가 오면 동시에 양쪽 팔꿈치 아래나 손에서 전기가 왔는데 그 강도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전기가 온다는것이 단순히 저리거나 한게 아닙니다. 찌릿찌릿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군데를 동시에 바늘로 찔러대는 통증이거나 한군데를 푸욱- 찌르는 강한 통증입니다. 약할때는 따끔거리며 가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곤 어느날은 배 위쪽으로, 어깨로 증상이 오기도 하고 배의 차가움은 가끔 통증으로 변합니다. 자는 도중에 손발에 짜르르 하며 통증이 발생하면 깨고 다시 잠들수가 없어 피로감까지 힘들게 했습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알았습니다. 겨울에 느꼈던 양쪽 팔(어깨 아래에서 팔꿈치 사이)이 오한을 느낄 정도로 싸늘하고 시리던 그 느낌. 이 느낌은 강약은 있었지만 항상 있었다는것. 이게 추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증상이었다는 것. 처음에는 허리 아래에만 문제가 있는줄 알았었는데, 처음부터 팔에도 계속 나타나 있었습니다. 이 시림은 현재 다리에도 있습니다. 

 

  9월이었죠. 전기가 오는 짜릿짜릿한 증상은 드디어 뒷통수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곤 오른쪽 귀 뒤쪽에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이 쾅- 하는 순간적인 발작성 통증을 발생시킵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본 이 현상에 처음에는 너무 놀라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냥 찌르거나 아픈게 아니라 특정 부위를 쾅-쾅- 하면서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증상은 며칠간 어떤 예고도 없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투명인간이 머리를 망치로 때리고 갔다고 보면 될거같은, 이 이해못할 현상이 나타나면 순간 머리가 휘청하면서 쓰러질 정도였죠. 대체 이게 뭐야 하고 찾아보니 후두신경통쪽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있는듯 했습니다.

 

  이건 견딜수 있는게 아니다 싶어 잘한다는 신경과를 한번 더 찾아내어 가봅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내 말을 다 듣고 믿어준 의사는. 꽤나 나이가 많아보이는 이 의사는 내가 그런식으로 아프다는 것을 온전히 인정하고 치료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오랜시간 약 한번 제대로 못먹어 보고 통증을 그대로 견디기만 했던 저에게는 참 고맙더군요. 명의가 별건가요. 이곳에서 뇌혈류, 경동맥, 뇌파, 신경 및 근전도, 체성감각 등의 검사를 했고, 약간의 말초신경 불일치가 보였지만 이것으로 그런 증상을 설명하기엔 미약하다고 하며, 그래도 통증을 잡아보겠다며 증상에 맞춰 약을 지어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약이 효과를 보입니다. 팔다리의 통증 증상이 감소되었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뒷통수로부터 시작해 얼굴에까지 전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딱 얼굴을 반 잘라서 오른쪽 얼굴에서만 나타납니다. 당하는 저도 신기하더군요. 이젠 삼차신경통인가?

 

  의사와 상의하여 드디어 MRI를 찍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뇌와 척추(척수), 어느쪽 이상인지를 모르니 일단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결국 먼저 뇌 MRI와 MRA를 찍었고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의사는 뇌는 괜찮으니 다행아니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하며 그에 따라 약을 조절했고, 그렇게 한달정도 약을 먹으며 꽤 호전되었습니다. 팔다리에 나타나는 통증은 많이 줄었고, 머리의 통증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전처럼 심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밤에 통증으로 잠못이루는 일은 없어지니 살만 합니다. 하지만 허리와 배에 나타나는 데인듯 쓰라린 통증은 여전히 남아있었죠. 앉으면 더 심해지는. 결국 남은 척추 쪽도 MRI를 찍어보고 싶다고 의사에게 말합니다. 문제는, 척추는 어느곳에서 이상이 있는지 알수가 없으니 남은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모두 찍게 되는데, 의사는 이왕 찍을 것 종합병원으로 가서 찍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권해서 보낸 대학병원 의사가 2월에 갔던 그 대학병원의 의사더군요. 그러나 다시 만난 의사는 MRI 결과를 보면서 그때도 말했지만 신경 검사결과가 정상이고, 뇌도 정상이기 때문에 신경학적으로는 아플수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결국 신경학적으로 내 증상과 일치하는 병명은 없는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계속해서 통증으로 아픕니다. 혹시 이제 찍게되는 척추 MRI에서 뭔가 나올수는 있겠죠. 아무것도 없어 정상이면 그쪽은 아니라는 대답은 얻을겁니다. 그럼 사실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신경과가 아닌 다른 쪽으로 문제를 찾아볼수도 있을테니까. 혹시 신경외과에서는 좀 다르게 볼까요? 뭔가 살짝 눌려있는 신경다발을 찾아낼수도 있을까요. 척추 전체 MRI는 다음 주에 찍습니다. 그리고 12월에는 2군데의 대학병원이 예약되어 있군요. 

 

  정형외과, 내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비뇨기과 까지 잘한다는 여러 병원과 의사들을 찾아가봤고, 계속 찾아야 할수도 있겠죠. 그렇게 지금까지 약을 먹으며 견디고 있습니다. 통증이 시작된지 며칠 후면 1년이 됩니다. 책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요. 아시겠지만 신경과 약은 통증은 줄여주지만 뭔가를 하기에는 힘이 들게 만듭니다. 사실 건강 및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연구나 실험은 손을 놓은지 좀 되구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몸이 벅차요.  그러므로 최신연구기술 같은건 현업인 다른 분께 질문하시는 것이 저보다야 훨씬 도움이 될겁니다. 

 

별것 아닌, 지난 1년간의 근황입니다. 

어느정도 몸이 나아지고 정리가 되면, 다시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조금은 더 하고싶은, 아까운 이야기들이 남아있습니다.  

 

 

 

 

...by 개날연..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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