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그동안 커피 소식을 멈췄었군요.
로스팅을 한지는 따져보면 10년은 훌쩍 넘었습니다만..오래했다고 잘하는건 아니겠지요. ㅠㅠ 일단 이게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틈날때마다 하다보니 집중해서 할 수가 없었고, 또 내 로스팅기가 없다보니 남의 것을 빌려서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로스팅을 해달라고 것도 아니고 내가 로스팅 할테니 기기를 빌려달라 하는건 사실 실례되는 일이죠. 게다가 저라는 녀석의 성격상 실험적으로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것을 좋아하는데, 빌려쓰는 로스터기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구요. 그래서 소형 로스터기를 직접 만들어서 해보기도 했습니다만.. 또한, 상업용도 하나의 로스터기를 오래 쓰지 못하고 이것저것 쓰다보니 아무래도 손에 익질 않더군요. 어느 기기든 익숙해지는것이 중요하거든요. 물론 여러 로스터기를 써본 경험은 내가 어떤 타입의 로스팅기를 원하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로스팅을 마음대로 하기위해서 하나의 로스팅기에 완전히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나만의 전용으로 쓸 수 있는 로스팅기가 필요했는데, 그동안 로스팅기를 설치할 장소가 없었죠. 이제서야 마음대로 로스팅할 자리를 찾은거 같습니다.
일단 로스팅실 문을 열고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나무 한그루와 원탁테이블, 그리고 창가쪽으로 바 테이블이 나타나죠. 바테이블의 오른쪽이 로스팅실 입니다.
안쪽에서 입구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입구의 철문이 보이는게 싫어서 책장을 위치하고, 왼쪽 구석이 너무 허전해서 작은 테이블을 놓아서 간단한 장식품이나 소품들을 올려놓았습니다. 원탁테이블은 그냥 잡다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구요, 오른쪽의 테이블에 10년된 486 노트북과 모니터를 연결하여 느리지만 컴을 쓸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습니다. 하지만.. 노트북이 워낙 옛날것이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지는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필요할땐 요즘 노트북을 들고와서 작업해야죠..;;
바테이블과 커피용품들 수납한 장식장.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로스팅실의 모습이 보입니다. 로스팅실 유리창에는 블라인드를 달아서 가려볼까 싶었습니다만, 그냥 안이 보이는것도 나름 괜찮은듯 해서 그냥 뒀죠.
수납장에는 그동안 집에서 쓰던 커피 도구들을 모두 가져다 정리했는데... 이렇게 여유없이 꽉꽉 채워놓았지만 공간이 부족해서 두박스는 창고에 박스로 쌓여있습니다...ㅠㅠ
테이블 한쪽켠에는 이렇게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것들.. 오랜시간 사용해와서 손에익은 드립포트와 드리퍼, 그라인더, 컵 등등..을 세팅하구요.. 본래는 이렇게 옆쪽으로 빼곡히 놓게되면 실제 작업할때는 무지 불편합니다. 평소에는 여유있게 앞쪽에 띄엄띄엄 풀어놓죠. 그냥 정리만 해 놓은 상태로 찍은겁니다. 누가 공돌이 출신 아니랄까봐 휴지가..;;
로스팅실 내부를 문열고 들어가면 바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1.5kg 용량의 로스팅기(주황색)와 300g 용량의 샘플로스터(노란색)가 있습니다. 뭔가 복잡한 배기관들과 후드, 환풍기.. -_ - 맨 오른쪽에는 싱크대가 자리했습니다. 주황색 로스팅기 아래쪽에 작은 가스통이 보이는데, 실내에 가스통을 놓으려면 법적으로 3kg 이하 짜리만 쓸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실외로 빼야합니다. 노란색의 샘플로스터기 바로 옆에 있는것은 제가 만든 냉각기구요.. 그 오른쪽에는 위쪽으로 냄새나 연기를 뺄 수 있도록 후드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간혹 불을 쓸 일이 있을수도 있고, 수망로스팅을 하거나, 소형 열풍로스터기도 갖고있는데 그걸 쓰게될때엔 후드가 필요하니까요. 그간 글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로스터 제작을 제외하고 저런 후드와 배기관 제작 및 설치, 수도공사 등의 나머지 모든 공사는 모두 저 혼자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보람있습니다. 바꿔말하면 돈이 없다는 소리죠.. - _-
아시겠지만 저는 공돌이 입니다. 그래서 장비나 도구에 대해 대단히 깐깐하고 민감합니다. 오랜시간동안 많은 로스터를 봐오고 써보면서 각 메이커들에서 나온 로스터의 장단점이나 특성들을 살펴보고, 또 스스로 소형 로스터를 직접 만들어도 보기도 했지만, 어느장비나 그렇듯이 기본에 충실한 것이 제일이고 자신에게 맞는걸 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름있는 메이커들의 장비는 확실히 기본에 충실합니다. 이미 오래된 경험에 의해 최적화된 장비이기 때문에 안정된 품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스팅을 해서 판매를 하는 업주분들은 그런걸 쓰는게 아무래도 좋습니다. 또한 장비들도 나름 자신들만의 특색이 있기때문에 로스팅을 하는 사람의 성격과 로스팅 타입에 맞아들어가는 넘들이 있어서 서로 잘 맞아야 하죠. 그런데 저는 로스터의 메뉴얼대로 하는게 아니라, 내가 원하고 시도해 보고싶은 로스팅을 마음놓고 할 수 있으며, 때에 따라 별도의 악세사리를 장착하거나 개조가 가능한 로스터를 원했습니다. 필요한건 그 장비에 완전히 숙련되는 거죠. 남들에겐 불편하고 후진 장비라해도, 내 손에 익어서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장비라는 말은 장인들의 입에서 언제나 들을 수 있던 말이죠. 그렇다고 내가 장인이란 소리는 아니고..;; 비록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기본이 있고, 필요할때 내가 원하는대로 세팅이나 개조가 가능한. 그런 면에서 꽤 괜찮은 넘들이라 평가합니다. 그렇게 2대의 로스터가 세팅됩니다.
저 배기라인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설치하고 하느라 골치아팠다능...;;
이건 소량 볶을수 있는 샘플로스터기를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햇볕드는 창가쪽으로 설치해서 나름 분위기 있는 상태에서 로스팅이 가능합니다 -_ - 어차피 배기를 위해 주름관을 창가로 빼야 하니까 애당초 창가로 계획된 것이긴 합니다만...배관들이 뭔가 정신없이 연결되어 있군요.. ;; 머리속에 저런 연결을 미리 생각하고 그대로 만든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런 설계와 공사 하는 분들이 새삼 부럽고 대단해 보이죠.. ^^;
핸드픽 후의 케냐 AA 320g 입니다. 샘플로스팅을 하려고 준비를 했죠. 결점두를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은 상당히 신경을 쓰고있습니다. 아무리 품질좋은 생두라도 핸드픽 안한것은 핸드픽 잘한 중간품질의 생두보다 못한 맛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생두는 보기 좋다고 맛도 좋질 못합니다. 겉보기엔 색도 좋고 상태도 우수하지만 막상 볶아서 맛을 보면 맛대가리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일도 마찬가지죠. 복숭아나 사과가 크고 색도 좋고 그래서 샀지만 먹어보면 맛이 없는 것이 있는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과일은 하나두개 깎아서 맛보고 살수도 있지만, 생두는 일단 사서 볶아봐야 안다는거죠. ㅠㅠ
케냐 AA 생두를 샘플로스터로 로스팅한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 2차 팝 이상 가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2차팝 직전 배출. 생두가 그렇게 우수한 놈이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고르게 잘 볶아졌습니다. 이렇게 볶은 후 2차로 핸드픽을 해야죠. 역시 확실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이렇게 이미 작년 11월에 세팅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생두 종류별로 왕창 사놓고 틈날때마다 와서 커피 볶아대고 있는 중이죠.. 이제는 로스팅 조건도 어느만큼 잡혀있고... ^^; 그런데 역시 좋은 생두 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느곳은 샘플을 달랬더니 아주 만족스런것이 와서, 좋다고 몇십키로 주문했더니 그땐 엉망인넘을 보내주기도 하고.. 이런 먹튀가.. ㅠㅠ 제가 아무리 로스팅을 하지만.. 커피의 맛은 생두에서 90%는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두 자체가 맛있어야 로스팅 결과도 좋죠. 품질좋은 생두를 일정하게 공급해줄 수 있는곳을 찾는 중입니다
이곳의 단점은 옥상의 건물이라 겨울에는 무지 춥습니다.. ㅠㅠ 여름에는 또 무지 덥죠;; 더구나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어지간히 성능좋은 냉난방기는 가져다 놓질 못하고 이동식이나 가능하기 때문에 냉난방이 참 어렵습니다. ;; 지난 겨울엔 난방기를 아무리 돌려도 15도 이상 올리질 못한 날이 많을 정도로 추워서 로스팅을 못한 날이 꽤나 많지요. 가능한 언제나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할텐데...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요.. ㅠㅠ
...by 개날연..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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