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마그데부르크(Magdeburg)시의 시장이었던 게리케(Otto von Guericke, 1602~1686)는 여러 종류의 펌프를 만들다가 대기의 압력차가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마그데부르크 반구실험'이라 불리우는 실험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줬다. 그는 지름 약 40cm 의 구리로 만든 반구 2개를 붙인 뒤 펌프로 안의 공기를 제거하여 진공상태를 만들고 양쪽에서 각각 8마리씩의 말로 하여금 잡아당기게 했지만 아무런 접착제도 없이 붙어있는 반구를 서로 분리시킬 수가 없었다. 이 실험은 진공이 가진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진공의 힘일까? 혹시 대기압이 반구를 누르고 있는 힘은 아닐까?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증기기관. 그러나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의 발명자가 아니라 기존의 증기기관을 훨씬 효율적으로 개량한 사람이다. 물을 끓이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많은 수증기가 생겨나고, 그 수증기를 실린더에 밀어넣어 피스톤을 밀어올린다. 그뒤 실린더를 차가운 물로 응축시키면 다시 수증기가 물로 변하면서 부피가 급격히 수축하며 진공이 만들어진다. 그 진공이 실린더내의 피스톤을 잡아당겨 기관이 일을 하게 만든것이 증기기관이다. 초기의 증기기관은 실린더가 응축기 역할을 같이 했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낮고 크기도 컸지만, 와트는 실린더와 응축기를 분리시켜 효율을 4배 이상 향상 시켰고, 크기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최초의 증기기관은 증기의 힘이 아닌 진공의 힘을 이용한 장치였다. 나중에 증기기관은 오로지 증기의 힘으로만 움직일 수 있도록 개량된다.
수천~수만 m 의 깊은 바닷속에선 매우 높은 수압 때문에 철제로 된 드럼통이 찌그러진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드럼통 내부에서 수축하려는 힘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높은 수압이 가해졌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있다. 물속이 아니라 대기 중 이라면 과연 다를까? 바닷속이 아닌 땅 위에서 빈 드럼통에 진공펌프를 연결하고 안의 공기를 강제로 배기시키면, 드럼통은 큰 소리를 내며 찌그러져 버릴 것이다. 굳이 드럼통과 펌프가 아니더라도 집에 빈 음료수 페트병이 있다면 병의 입구를 입에 물고 힘껏 빨아들여보면 똑같은 현상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드럼통이나 페트병이 찌그러진 것은 안쪽 에서부터 수축하려는 힘이 발생했기 때문일까? 혹시 대기압이 드럼통을 누르고 있는 힘은 아닐까? 이것과 '마그데부르크 반구실험'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맨 앞의 글에서 진공청소기의 예를 들었다. 진공이 생겨 쓰레기를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모터가 외부로 청소기내부의 공기를 강제로 배출시키면, 그때 청소기 내부에 줄어든 압력의 차이를 없애주기 위해 외부의 공기가 빨려들어오는 것이다. 흔히 보는 액션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어떤 사고로 인해 동체에 구멍이 뚫려버리게 되면 순간 급격하게 비행기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물건이건 사람이건 마구 튕겨나가는 장면들이 있다.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 현상들은 진공이 가지는 힘이 아니라 압력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두 공간에 서로 다른 압력차이가 발생하면 두 곳의 압력을 맞추기 위에 압력이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이동한다. 우리가 진공의 힘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힘들은 사실은 압력차이를 없애기 위해 물질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힘이다. 그리고 익히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것은 공기(기체)의 이동이다. 바람이 부는 현상은 공기의 압력이 적은 곳이 발생하게 되면 그곳으로 공기가 이동하여 압력을 서로 맞춰주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과연 아무런 힘도 없고, 영향도 줄 것 같지않은 보이지도 않는 공기가 이동한다고 해서 이렇게도 큰 힘을 나타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태풍을 생각해 보자. 핵폭탄 수 천개의 위력을 지닌 태풍은 단지 내부와 외부의 기압차가 수십 hPa 에 지나지 않는다. 이정도의 압력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기의 이동이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 내고, 집을 무너트리고, 나무와 전봇대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진공과 진공이 아닌 곳의 차이는 기체분자가 있느냐 없느냐이고, 거기에는 그만큼의 압력차가 있을 뿐이다. 진공 자체는 아무런 힘도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진공이 가지는 에너지는 0 이니까. 단지 진공의 외부가 진공을 없애려는 힘이 작용할 뿐이다.
...by 개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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