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박막의 초기형성 3가지는 Frank-van der Merwe 성장, Volmer-Weber 성장, Stranski-Krastanov 성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표면장력 등의 특별한 형성조건이 제어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박막은 Volmer-Weber 형태를 가지고 성장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성장 형태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Volmer-Weber 성장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Volmer-Weber 성장은 전형적인 아일랜드 성장(island growth)을 보여줍니다. 지난 글에서 예로 들었지만, 넓은 기판 표면에 둥근 섬처럼 따로 떨어진(island 형태) 핵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생겨나고, 그것들이 점차 커지면서 하나로 합쳐져 박막을 이루게 됩니다. 여기서 그 과정을 좀더 세밀하고 자세히 살펴봅시다. 이건 뭐 급조랄 것도 없이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면 되겠습니다.
Embryo는 사라지고 Nucleus는 핵으로 성장
위 그림처럼 먼저 초기에 기판에 도달한 입자들이 모이면서 작은 핵들이 발생합니다. 이들 핵들은 스퍼터링된 입자들이 기판에 충돌하고 그 위로 또다른 입자들이 충돌하여 쌓이면서 핵이 형성되거나 기판에 안착된 입자들이 서로간에 확산을 통해서 핵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핵들은 무조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어느 임계핵 크기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기판에 도달한 작은 입자들의 집단인 클러스터 들이 모여 임계핵 크기보다 크면 자유에너지(Free Energy)가 감소하여 더욱 크게 성장해 나갈 수 있고, 임계핵 크기보다 작으면 자유에너지가 커서 다시 재증발 되거나 근처 다른 핵쪽으로 확산해서 흡수되어 없어지게 되죠. 이때 임계핵보다 작아서 사라지는 것들을 embryo 라고 부르고, 임계핵보다 커서 성장할 놈들은 nucleus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클러스터가 어느정도 커져서 안정화 되면 그것이 핵으로 작용하여 성장하고, 너무 작으면 불안정해서 소멸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유명한 균일핵생성(homogeneous nucleation) 이론의 핵심입니다. 이런 과정으로 살아남은 핵들이 성장하면 그때서야 island 가 되는 조건을 갖추게 되죠. 여기서 Volmer 와 Weber 라는 두 몹쓸-_-양반은 열역학에 근거를 두고 접근하여 이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에 열역학에서 나오는 자유에너지(Free Energy)개념을 떠올려 줘야 하겠습니다. 혹시 자유에너지가 뭐냐고 물으시게되어, 제가 답변을 드릴려고 한다면 바로 박막이야기 접고 열역학으로 전환해서 몇개월을 끌어나가야 하니 질문은 받지않습니다. -_- Gaskell 할아버지가 쓴 열역학 책을 보면 자유에너지가 뭔지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참고로 Gaskell 이 누구냐 하면 '세계에서 나보다 열역학 잘 하는 사람 있음 나와봐' 라고 말했다는데.. 근데 아무도 그 말에 반박을 못했다나.. 하는 일화가 전해지는 사람입니다만.. 사실인지는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일단 전 Gaskell 이 쓴 책을 보면 머리가 아프거든요. -_ - 어마, 내가 뭔소릴;;
그런데 이렇게 핵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꽤나 많습니다. 나중에 Volmer는 균일핵생성 이론을 발전시켜서 또 그 유명한 불균일 핵생성(heterogeneous nucleation) 이론을 만들어 내죠. 불균일 핵생성은 기판표면에 어떠한 불순물이나 결함등이 존재할때 높은 에너지로 인해, 그곳에서 먼저 핵이 발행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사실 핵생성 과정은 현실적으로는 균일핵생성 보다 불균일핵생성 쪽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주변 조건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기판은 어떤 것을 썼는가, 기판 재료의 종류는 금속인지 비금속인지, 기판의 평활도는 얼마인지, 증착시 기판온도는? 스퍼터링된 입자가 기판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스퍼터링율은 얼마? 작업시 진공도는? 가해진 power는 얼마인지 등등.. 대단히 많은 요인이 핵생성에 관여합니다. 현실적으로 이것들을 동시에 제어가능하질 않지만, 그래서 더더욱 기판선택에서 부터 세척을 지나 박막을 형성하기까지 모든 단계를 가능한 엄밀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핵이 형성된 이후의 과정을 살펴봅시다. 일단 핵들이 안정하게 형성이 되면, 핵들 위로 입자가 쌓이거나 몇몇개의 핵들이 서로 모이면서 크기를 키워나가며 island 를 이루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아직 핵이 없는 자리에서는 계속적으로 핵이 발생을 하게 되는데, 이걸 연속핵생성(continuous nucleation)과정 이라고 하죠.
핵들은 이동하며 서로 모여 크기를 키워나간다.
Coalescence stage를 표현한 비디오 아트
위 장면을 옆에서 보면 요렇게...?
누구든 작은 하마를 건드리면...
그런데 island 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보통 입자가 쌓이는 순서대로 기판표면위에 탑처럼 높이 수직으로 쌓이기 보다는 기판전면에 걸쳐 넓게 퍼지는 현상이 먼저 나타납니다. 이건 박막의 성장이 기판으로 들어오는 입자가 그대로 그자리에서 고착되어 박막을 형성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기판 표면에 도달한 뒤에 확산을 하고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온도 등의 기판표면의 확산을 억제하는 조건을 준다면 확산이 어려워서 그냥 위로 쌓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확산이 이루어지는 기판표면에서는 높이보다는 넓이가 있는 island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 현상의 예로 이들 island를 유리표면위에 떨어진 물방울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고, 이런 과정들이 유리판 여기저기에서 계속 일어나면 점차 물방울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증가합니다. 이 과정이 기판 표면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죠. 이때의 과정을 흔히 Coalescence stage 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과정들은 이론책들을 보면 핵생성에서부터 몇단계로 세부적으로 나눠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그럴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과정을 이해하는게 중요하지, 그 과정을 뭐라고 부르는지가 중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입자의 성장 방법중에 Ostwald ripening 이라고 부르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액상내의 핵생성 이론이나 소결론 쪽에서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인데요, 여기서도 한번 간단히 이야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Ostwald ripening 현상. 두개가 만나 합쳐지는게 아님.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없는넘은 빼앗기고 가진넘은 더 커진다.
위 그림은 Ostwald ripening 을 설명한 겁니다. 먼저 기판위에 랜덤하게 다양한 크기의 초기 island가 형성이 됩니다. 사실 이들은 모두 커다란 island로 성장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국부적으로 에너지의 차이가 발생한다는데 있습니다. 작은 island는 에너지가 높고 불안정하며, 큰 island 는 이미 안정화 되어 에너지가 낮은 상태죠. 이때 에너지란 놈은 여간 잔망-_-하지가 않아서, 불안한넘을 없애고 안정한넘만 남기려 시도하게 됩니다. 입자는 작으면 작을 수록 비표면적이 큽니다. 비표면적이 크다는 것은 반응성이 크다는 이야기고, 또한 곡률때문에 용해도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어느 임계크기보다 작은 island는 높은 용해도로 인해 재용해 or 재증발 되어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증발된 것들은 큰 island 로 이동하여 석출되게 되어서, 큰것들은 더더욱 커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되는것이 처음에 봤던 embryo와 nucleus 의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작은건 없어지고 큰건 더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두가지 경우가 똑같거든요. 그러나 embryo 의 경우,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기판 표면위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embryo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는 확산으로 자리이동을 하여 다른 embryo 를 만나 합쳐지면 핵으로 성장할 수가 있지만, Ostwald ripening의 경우는 다릅니다. 자리 이동을 하지않고 그냥 그자리에서 재용해 되거나 재증발 되며, 그것이 큰 island 표면으로 이동하여 재증착 되어 크기를 키워나갑니다. 이것은 핵 하나의 에너지가 아니라 '전체'의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지 핵의 크기에 따른 에너지 개념 외에 '용해도' 차이 라는 조건이 작용하게 되죠.
참고로 오래전에 제가 실험했던 TEM(투과전자현미경) 사진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박막은 아니지만 입자들이 합쳐지는 장면을 찍은거라 나름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 Al 합금 내에 나타난 S' 이라는 석출물인데요, 본래 구형에 가까왔던 석출물들이 서로 만나면서 작은쪽 구형의 석출물 위아래가 평평해 지며 홀쭉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래 볼록했던 부분이 표면확산 또는 Ostwald ripening 현상처럼 큰 석출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장면이죠.
2024 Al 합금에서 S' 상 석출물의 합체
본래는 윗사진 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것들이 만나서 저짓을 함...
굳이 과정을 설명하자면 뭐 이렇게.. 된다고나 할까?
이렇게 island가 커다랗게 합쳐지다 보면 이제 성장한 것들 끼리도 서로서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island 는 서로 만나더라도 모양이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기판표면을 한번에 완전하게 채우지 못하고 중간중간 빈 공간들이 통로처럼 남게 됩니다. 섬들이 성장하여 바다를 메꾸며 육지가 되었는데, 그 사이에 아직 메꿔지지 못한 바다들이 해협처럼 남아있는 형태와 같아서 이걸 channel 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빈 공간인 channel은 channel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핵생성과 주변의 성장하는 island 로 인해 점차 매꿔지게 되어 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막이 형성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우리는 박막(thin film)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island의 성장과 channel 형성
channel이 다 채워지면..
아 정말 마지막에 그림 성의없게 이게 뭐야.. ;ㅁ;
여기서 우리가 하나 고려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박막(thin film) 이라고 부를것인가 하는겁니다. 섬(island)들만 있어도 박막이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channel 이 다 채워져서 끊김 없이 모두 이어져 있어야 그때부터 박막이라고 부를 것인지 말이죠. 섬(island)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박막이라고 할 수 없다면, 분명히 증착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때는 박막이 아니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또한, island 라고 하긴 어렵고, 중간중간 아직 국부적으로 연결이 덜 되어 일부 channel 이 남은 부분이 있다면 이건 박막이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건 애정남이 정해줄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연구자마다 어디서 부터 박막이다- 라고 말하는 시점이 모두 다릅니다. 대부분은 channel이 없어져 막이 끊김없이 모두 이어지는 그때부터 박막이라고 보는 관점입니다만, 그 전의 단계들도 박막이라고 해야한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디서부터를 박막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명확한 '정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박막이 성장하면서도 같은 고민거리가 발생하는데, 과연 얼마 만큼의 두께 까지를 박막으로 불러야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박막에서 벌크로 변화하는 두께도 명확하게 정의되질 않았습니다. 초기 박막 형성 기술이 부족했을 당시에는 ㎛ 면 대단히 얇은 것이어서 몇 ㎛ 도 박막으로 불렀지만, 지금은 ㎚는 물론 Å 까지도 마음대로 제어가 가능하면서 ㎛ 는 대단히 두꺼운 박막으로 여겨져 두께 제한에 별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연구자들 나름대로 기준을 잡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얼마 후에 말씀 드리겠지만 이 부분은 '박막 두께'를 정확히 측정하는데도 꽤나 문제점으로 작용합니다.
...by 개날연..
좀더 자세하게 두편으로 나누려고 하다가..
그냥 쓸데없는 소리는 줄이자 하면서 한편으로 요약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허전한 느낌인데요..
이런 허전함은 우리모두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 _-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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