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vacuum)
라틴어로 ‘vacua’ 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 말은 굳이 과학이나 공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느 누구나 한번은 듣고, 또 누구나 한번은 써보았을 만큼 친숙한 단어다.
(개인적으로 나는.. '너의 뇌는 진공이냐' 라는 표현을 가끔 쓴다. -_ - )
진공의 의미를 이야기 하자면 누구에게 물어도 ‘텅빈 공간’ 이나 ‘아무것도 없는 것’ 혹은 ‘어떠한 물질도 없는 공간’ 이라는 훌륭한 대답이 나올 듯 하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진공에 대해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 진공상태가 과연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이 질문에 몇이나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우주공간이란 대답이 나왔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심심할지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자연계에 존재하는 진공임은 분명하지만, 우주공간이 우리 주변에 있다고는 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래서 적어도 여기서는 우주공간은 우리가 관측해야 할 대상이지, 우리가 다뤄야 할 대상은 아니다. 이 저렴한 질문에 대해 누군가 ‘진공청소기’ 라는 조금은 그럴싸한 대답을 했다고 하자. Vacuum 이란 단어는 영어로 ‘진공청소기’란 뜻과 함께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다’라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전에 진공청소기의 구조를 먼저 확인해 본다면 여기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두둥~
그림 1. 진공청소기의 원리(모든 그림은 발로 그렸다. 그림 이상하다고 따지지 말자)
그림 1 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진공청소기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밀폐된 상자 안에 팬이 달린 모터를 넣고 보통 1분에 1만회 이상으로 강한 회전을 시켜 상자 안의 공기를 밖으로 강제로 배출시키면 상자 안의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부 대기의 압력이 상자안보다 높기 때문에, 양쪽의 압력을 맞춰주기 위해 외부 공기가 상자 안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게 되고, 이때 먼지나 쓰레기 등이 함께 섞여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분명 매우 간단하다고 했는데, 설명이 이리도 길다는 것은 사실은 간단하지 않다라는 반증인가! )
이 현상을 밖에서 본다면 마치 모터가 공기를 빨아들여 흡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터에 의한 공기의 강제 배출이 먼저 이루어지고 흡입은 그에 따라오는 작용일 뿐이다. 이제 다시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주변에 진공상태가 있을까란 질문에 ‘진공청소기’라는 대답이 과연 적합할까? 위에 보여진 진공청소기의 내부 어디에도 아무것도 없는 ‘진공’의 상태는 없다. 그런데 왜 진공청소기라고 하는 것일까?
이 생각보다 저렴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진공청소기 내에 ‘진공’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공’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리를 응용하고, 그 장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는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다가갈 순 있어도, 완전한 진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진공 자체를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진공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마트 식료품 코너에 가면 햄이나 소시지 등이 비닐에 담겨 공기를 뺀 ‘진공팩’의 형태로 진열되어 있다. 나들이 갈 때 많이 들고 다니던 보온병의 내부는 이중 밀폐구조로 되어있어 내부에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의 공기를 빼내어 진공으로 만들어 열전달을 방해하여 오랜시간 따뜻한 음식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보온병을 영어로 vacuum bottle 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원리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을 듯 하다. 또한, 자동차의 브레이크 장치에도 진공이 사용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 바퀴를 제동시킬 때, 순간적으로 높은 힘이 바퀴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힘만으론 회전하는 바퀴를 멈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진공장치를 달았다. 여기서 얻어진 힘을 브레이크 액에 같이 전달하여 제동에 필요한 충분한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유리나 거울, 타일벽 등에 물건을 걸어놓을 수 있는 흡착판을 떠올리거나,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옷이나 이불을 보관할 때 부피를 줄이기 위한 압축팩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양 손바닥을 붙여 움푹 들어간 가운데를 꼭 누른 뒤 떼면 뽁-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손바닥으로 작은 진공을 만든 뒤, 손바닥을 떼게 되면 진공이 파괴되면서 순간적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며 나는 소리다.
그리고 여기 우리 조상들의 한의학적 진공실력을 보라.
과연 진공이 뭔지 알고 온몸에 뻘겋게 부황을 떴는가.. -_ -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진공의 응용은 곳곳에 등장한다.
어떠한 것들로 응용되어 있는지 사물의 구조와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의외로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by 개날연..
'플라즈마와 박막프로세스 > 진공과 플라즈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공이 가진 힘은? (2) | 2010.02.07 |
---|---|
진공속의 모습 (2) | 2010.02.04 |
진공을 물리적으로 표현해 보자 (9) | 2010.02.02 |
인간이 만든 진공의 역사 (15) | 2010.01.20 |
플라즈마,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이름 (29) | 201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