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특정시간만 되면 카페 유리창 앞을 가로질러 가는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어. 어느날인가 테라스에 죽은 쥐가 한마리 있던게 그놈 짓인거 같기도 하고.. 그거 외엔 어느 문제도 없었는데.. 나야 그냥 오늘도 고양이 지나가나 보다 하고 보고있었을 뿐.
그런데 언제부턴가 안보여. 겨울은 어찌 날려나 뭐 그런 생각 하고있는데..며칠전부터 창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라고. 그 고양이는 생전 한번 울은걸 들은적이 없는데.. 카페 주방쪽 창가에서 나다가, 몇시간 후에는 반대편 창가쪽에서 나다가, 그러다 어느 순간 문쪽에서 나길래 문쪽을 봤더니.. 카페문 바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있는거야.. 디따 쪼그만 아기 고양이가....
이상하다 싶었지.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건가? 그런데 고양이는 보통 새끼 몇마리씩 낳지 않나? 왜 한마리만.. 그것도 어미 없이 왜 새끼 혼자 있지.. 그 큰 고양이가 새끼낳고 버리고 간걸까..? 문열고 나가봤더니 후다닥 도망가서 구석에 숨어서 또 울어..
이게 하루이틀은 그러려니 했는데.. 자기가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 뭐..그러면서. 그런데 이놈이 며칠째 그곳에 자기 자리를 잡았는지, 카페 문 바로 옆에서 계속 있어. 어젠 비가와서 그랬는지 더더욱. 그자리는 구석에다 비는 안맞고.. 카페 불빛이 나오니까 편해 보였을까..
아기라 먹지도 못했을거 같아. 근데 내가 뭐 고양이에 대해 알아야지. 아기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기관지 안좋고 털 들이마시면 기침 심하게 하고 그래서.. 털많은 동물에겐 쉽게 가까이 가지도 못하거든...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사람이 먹는 음식은 안된대. 아 젠장.. 카페에 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지 뭐. 가끔 빵을 작게 쪼개서 물타서 먹이면 된다는 사람이 있더라고. 마침 그냥 하얀빵이 있었어. 아무맛 안나는 중국식 꽃빵. 그걸 잘게 잘라서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해서 그릇에 담고, 다른 그릇 하나에는 물을 담았어. 자.. 이놈이 얼릉 와야 할텐데...
한두시간을 있었는데 이놈이 안와. 카페건물 양쪽 구석으로는 숨을곳이 많으니 그곳에 숨어있다가, 가끔 기어나오는듯 하더라고. 그러다가 또 울음소리가 문쪽에서 나는거야. 슬그머니 나가봤는데 안보여. 자세히 울음소리 들어보니 카페 앞 자동차 아래에서 나고 있더라고.. 마침 날 보고 있길래 먹이 담긴 그릇을 보여주면서 그걸 그놈이 자주 지나다니던 창가에 놓고 들어왔어. 늘 앉아있던 카페 문 바로 옆에 놓았다가는 사람들이 지나다닐테고, 그럼 놀래서 도망갈까봐 좀 떨어진 곳에 놓아줬지.
카페 안에서 밖을 볼 수 있으니까.. 보면서 기다리는데, 이놈이 안오더라.. 울음소리도 안나고.. 먹이 그릇을 아예 이넘이 숨어버리는 카페건물 구석에 놓아둘까 하고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울음소리가 나는거야.. 카페 옆 나무 아래에서..
나무 아래에서 몸을 숨기고 내쪽을 쳐다보며 울고있더라구. 그래서 먹이그릇을 살짝 그놈쪽으로 밀어보여주고 난 다시 들어왔어.
10여분쯤 있다가 그놈이 오더라. 되게 경계하면서.. 그리곤 물에 적신 빵을 혀로 할짝할짝 몇번 핥더니 덩어리 하나를 집어먹어. 먹을만 했는지 마구 먹기 시작하더라고.. 한웅큼 담아줬는데 금방 2/3 정도 먹어버렸어. 그리곤 자리를 떴어. 울음소리도 안들리고 어디로 숨었는지.. 비오고 추우니까 따뜻한곳 찾아 들어갔겠지. 난 아직 먹을것이 남은 그릇을 그자리에 두고 카페 문을 닫고 정리하고 들어왔지.
그리고 오늘 아침. 나머지까지 완전히 다 먹어버린 빈 그릇을 들고 카페로 들어왔어. 그냥 막연하지만... 몸살에 너무 시달려 목소리도 안나오는 몸 컨디션이지만, 날씨 만큼이나 쟂빛으로 우울해진 하루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기분상으로는 뭔가 한조각 따뜻한 아침이 될것 같아...
... by 개날연..
이렇게 집사가 되어가는건가... -_ -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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