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채워지지 않은듯한 오래전 어느 해,
그럭저럭 무난하게 날 따스한 5월초의 토요일 이었나보다.
그해 막 졸업했던 아이들 몇에게서 연락이 왔어. 얼굴한번 보고싶다고.
그렇게 집근처 카페에서 아이들을 만났거든.
여학생 4명. 졸업했으니 학생은 아니겠지만.
두세시간. 커피와 작은 케잌.
서로간의 안부와 개인적인 이런 저런 이야기, 지나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만나서 좋았다고. 잘 지내라고 하고 헤어졌지.
그리고 그 다음해.
5월 15일 즈음해서 4명중 한명으로부터 또 연락이 오더라.
그렇게 다시 4명이 나를 찾아왔고, 또 카페에서 몇시간 얼굴과 목소리를 나누다 헤어졌어.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5월 15일 즈음 연락이 오고, 만나러 와주더라.
그래서 언젠가는 한번 물었던거 같아.
나는 너희들 지도교수도 아니고,
너희에게 몇몇 과목 강의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까지 나를 찾아오는 거냐고.
그냥 좋았다더군. 가장 편했고, 가장 친근했고, 가장 잘 대해줬다고.
만만했던거 아니고? 네명이 모두 꺄르르 웃으면서 그건 아니라 했다.
그래. 틀에 박힌 강의를 하면서도 난 늘 저런걸 보고싶었던 것 같아.
아이들 웃는 모습. 언제봐도 기분좋지.
몇 년 전, 그중 한 아이가 5월도 아닌데 연락을 하고 꽤나 멀리서 혼자 찾아왔어.
그리곤 쑥스럽게 웃으며 봉투 하나를 내밀더라고. 청첩장.
생각해보면 이 아이는,
4학년 졸업반때 졸업논문을 손봐줄테니 찾아오라고 하고 기다렸는데 안온적이 있어.
나중에 물어보니 얼굴이 빨개지고 웃으며 남자친구랑 수목원에 갔었다고.
괜찮으니 그런건 말하고 가라고 했지. 내가 다른건 몰라도 연애하는건 안막는다고.
대학 4년간. 그래. 가장 젊고 아름다워야 할 시기잖아 너희.
졸업전에 연애라도 맛깔나게 한번 해봐야지. 그걸 내가 어떻게 막냐 했다.
그때 그 남자친구. 과 선배. CC. 결혼한다 했다.
그렇게 그렇게 10년이 흘렀네.
여지없이 2020년 5월에도 연락이 왔어. 그러나 이번에는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
그동안 2명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을 못내고,
한명은 직장때문에 중국에 파견을 나가있고,
또 한명은 시간은 되지만 혼자 오기도 그렇고, 코로나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1년에 한번인 그런 흔한 인연.
앞으로 몇년을 더 갈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까지 나를 잊지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것.
이것이 내게 주는 의미는 참으로 커.
느끼게 해주거든.
내가 그래도 그리 나쁘게 살아오진 않은 모양이구나...
그렇게.
모두 잘 살고있는듯 해서 정말로 정말로 고맙네.
다들 그렇게. 웃고 행복하길.
...by 개날연..
SJ, SM, SR, YS,
Happy New Year.
2021년 5월 4일.
잠시 책상정리를 하고있는데, 지잉- 하고 문자오는 소리에 폰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 어느새 또 1년이 되었구나.
반가운 하루.
그리고,
시간은 되지만 혼자 오기도 그랬던 아이도 그 사이 결혼을 했다.
중국에 가있는 아이는 올 가을에 들어오려 한다고..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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