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말자. 상상할 수 없다.. 라고 했더니 나는 상상이 가능한데 왜 안된다고 하느냐.. 라고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저는 그렇게 말한 이유를 본문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는걸 강조하는 바람에 오해를 하셨을까요. 어느 경우든 제가 서툴러서 전달을 잘 못한듯 싶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보통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어 양자역학의 세상을 보신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상상할 수 없다'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풀어서 설명해야 할듯 싶습니다. 사실 그 의미는 그리 깊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 그저 아주 간단한 것이라서 그 글을 쓸 당시엔 굳이 이렇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혹시 4차원의 공간을 상상해 볼까요? 똑같은 지름의 원 4개가 있다고 해 봅시다(본래는 구로 해야하지만 설명을 간략화 해서 편하게 원으로 합시다). 그 4개의 원들이 서로 붙어있는 안의 공간에 또하나의 원이 들어갈 수 있죠. 그리고 그 또하나의 원은 4개의 원보다 작습니다. 그냥 봐도 작을 수 밖에 없죠.
서로 맞닿아 있는 지름이 같은 4개의 원 A, B, C, D 내에 존재하는 원 T는 더 작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4개의 원 사이에 들어간 원 T도 지름이 똑같은것을 머리속에서 떠올려보세요. 겉을 둘러싸고 있는 원이 6개면 몰라도, 6개 이하에서는 그게 안됩니다. 그런데 외부의 원 4개와 내부에 있는 원의 지름이 모두 같은 모습. 이게 가장 간단한 4차원으로 확장입니다. 5차원, 6차원, 7차원.. 등 차원이 올라가면 내부 원의 지름이 더 커집니다. 물론 외부 원 4개는 여전히 붙어있는 상태로 말이죠. 이걸 이미지화 시키셨나요? 그럼 그림으로도 그릴 수 있을겁니다. (대부분 설명에서는 이걸 이미지로는 도저히 표현못하기 때문에 수식으로 설명합니다.)
원 A, B, C, D 와 원 T가 지름이 같다면 원 A, B, C, D는 서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4차원에서는 A, B, C, D가 서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T와 크기가 같을 수 있다.
3차원에서는 지름이 같은 원을 서로 접하며 둘러쌓으려면 6개가 필요.
하지만 4차원은 4개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슨 양자역학에 구 같은걸 끌고오냐.. 그런 정의는 필요없다고 하신다면.. 그러면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핵과 그 주위를 돌고있는 전자를 떠올려 봅시다. 그러면 혹시 이런걸 떠올리셨나요?
러더포드의 원자모형
보어의 원자모형
그런데, 정말 핵은 저렇게 동그랗게 생겼나요? 전자도 저렇게 동그랗구요? 전자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는 동그란 구형의 입자를 떠올린걸까요.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어릴때 부터 본 책에 그렇게 되어있었으니까. 이 이미지는 그저 늘 봐왔던 학습의 효과지 우리가 전자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게 아닙니다. 전자 개념을 처음 주장했던 톰슨의 원자모형도 작은 입자니까 구형을 가정하고 만든거지 전자가 구형이란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를 떠올리라 그러면 구형의 입자를 떠올리죠. 그것은 양자세계의 진짜 전자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이해하고 설명하기 쉽게 하기위해서 인간이 만들어놓은 가상의 모습입니다. 소립자들은 입자가 아니라 '끈' 일수도 있겠죠.
게다가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전자의 속도와 위치를 정확히 아는것은 불가능함에도 우리는 핵 주변에 전자를 딱 그려넣습니다. 크기도 어이가 없습니다. 원자를 구성하는 핵과 전자 그려보라고 하면 보통 핵과 전자의 크기 비율이 핵이 축구공만하면 전자는 바로 옆에 야구공만하게 그려놓는데 말도 안되는 과장이죠. 원자와 전자가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비율대로 그린다면 일단 핵이 탁구공 크기라 가정한다면 전자는 핵에서 부터 수 백m 는 떨어져있게 그려야 합니다. 핵을 작은 점으로 찍어도 우리는 A4 용지에 원자 하나 못그려 넣습니다. 핵 주위 가까이 돌고있는 전자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한것이 아니라 어릴때부터 보아온 책에서 본것을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학습에 의해 떠올린것 뿐입니다.
현재의 원자모형. 그저 전자가 존재할 확률. 그런데, '존재할 확률'을 머리속으로 떠올리는게 가능한가.
그냥 진하게 칠한 부분이 확률이 높은데라고 하자라고 정했을 뿐.
어쨌든 전자는 핵 주위를 그렇게 궤도를 가지고 돌고있지도 않고 그저 확률적으로 어디쯤 있는지 존재할 위치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또한 전자는 단순히 입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파동의 성질도 같이 갖고있으니까요. 그래서 확률파동, 파동함수라고 하죠. 아시겠지만 이 파동함수는 관측하는 순간 붕괴합니다.
조금 다르게, 빛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예를 들어봅시다. 양자동역학에서는 양전하들끼리의 척력은 서로 광자라는 입자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발생한다고 하고있습니다. 그렇게 전하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광자의 이미지를 떠올려 봅시다. 이번엔 어떤걸 떠올리셨나요? 광자 덩어리가 왔다갔다?
유감스럽게도 광자는 형태가 없습니다. 질량도 없고 에너지만 있는 가상의 입자죠. 형태도, 질량도 없는 광자를 머리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걸 떠올리든 그것은 형태를 갖고있고, 인간의 경험상 어떤 것이든 형태가 있는것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질량이 있습니다. 물론 그걸 '질량이 없는넘이다' 라고 '가정'은 할 수 있죠. 하지만 질량이없는 것을 떠올릴수 있냐는것과, 없다고 가정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냥 형태가 없으니 그냥 아무렇게나 표현하면 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도저히 표현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표현 가능하도록 구형의 덩어리라고 가정하고 이미지 한 후 이건 질량이 없다고 가정한것 뿐이죠.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양자세계를 상상했다고 말을 하지만, 그것은 양자세계의 표현이 아닌, 이미 고전역학에서 언제나 사용하던 설명방법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미 설명을 드렸습니다.
하나의 물체가 두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것은? 이건 대부분 똑같은것 2개를 떠올릴 수 있을겁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똑같은것 2개를 떠올리면 안됩니다. 하나가 동시에 2곳에 존재하는것과, 같은것 2개가 있는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하나를 copy & paste 해서 다른곳에 놓는것이 아니라 두개가 동일한 하나여야 하죠. 우리의 머리는 그냥 2개를 떠올리고 그것을 하나라고 하자 라고 하며 애써 가정하고 있을뿐, 정말로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두군데 있는것을 떠올리진 못합니다.
파장은 이렇게 나타내자.. 하며 나타낸 그림일 뿐.. 실제 전자기파의 모습은 어떨까요
자기장의 모습은? 또는 전자기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은 어떨까요? 혹시 그 모습은 구불구불한 곡선이 출렁이면서 진행하든가요? 진짜 전자기파가 그런 모습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지요. 전자기파는 3차원적 공간으로 퍼져나가서 장(field)의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이지 2차원적인 선 하나가 나오는게 아닙니다. 이 또한 우리가 상상한것이 아니라 교과서나 전공서적에서 표현했던 방법일뿐 입니다. 물론 그 표현법을 처음 생각한 사람은 정말로 대단한 상상력을 지녔을 겁니다. 보이지도 않는것을 간략화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낸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리차드 파인만의 말을 가져왔습니다. 파인만이쓴 Lectures on Physics 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죠.
일반인들은 과학적 상상력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과학적 상상력이 "기존의 물리 법칙들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장이나 전자기파는 마음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그 상상은 이미 알려져 있는 다른 물리 법칙과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이미 확립된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면, "과학적으로 상상해 보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소용없다. 물리학자들의 상상은 흔히 말하는 상상과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그들은 들어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것들을 상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상상은 매우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상상의 세계가 제아무리 멋지고 그럴듯하다 해도, 이미 알려져 있는 자연의 법칙에 부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많은 법칙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주제를 다루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비가 온 후에 무지개가 뜨면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우와~ 무지개다!"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여러분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아주 과학적인 사람이다. 나는 실험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대상에 '아름답다'는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장님이라면,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소금의 적외선 반사율을 측정하거나, 외계 은하로부터 날아오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분석할 때, 사실 우리는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림이나 그래프를 그려서 간접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마지막줄에 제가 하고자 했던 내용과 같은 말이 있네요. 우리는 실제 세계를 알지 못하니 별수없이 그것을 이해가능한 이미지로 변경시켜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뿐이라는것.
...by 개날연..
깊게 들어갈 필요도 없이, 아주 기초적인 양자역학의 모습조차 이렇습니다. 처음에 상상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했던건, 이미 기존에 나와있는 책자의 이미지들, 그것이 양자역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미지화 되어있는 많은 그림들은 실제 양자의 세계가 아니라 단지 이해를 돕기위해 간략화 하고 상징화 시켜놓은것일 뿐이라는 거죠. 정말로 전자나 광자는 그렇게 생겼고, 전자기파는 그렇게 이동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이미지들이 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양자역학을 이해하기는 커녕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말도 안되고, 보여줄 수도 없고, 그림으로 표현도 못하는..그냥 그런놈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양자역학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하지 말자라는 말을 어렵게 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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