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에서 가상누설(virtual leak)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가상누설로 인한 기체방출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체는 산소나 질소 등 뿐 아니라 수분(수증기)인 H2O 기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예전에 진공을 만드는 것은 수분과의 싸움이란 이야길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고진공을 만들고 오래 유지시켜 가상누설이 멈추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챔버벽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기체가 있다면 바로 수증기입니다. 수증기는 워낙 흡착력이 강해서 단순히 진공을 뽑는 정도로는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하려면 챔버를 보통 몇백℃ 로 가열해서 챔버벽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합니다. 사실상 그런뒤에야 시스템이 나타낼 수 있는 최대의 진공도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누설(leak) 검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시다. 누설을 측정하게 되면 누설률(leak rate) 혹은 누설량 이란 표현을 쓰게 되는데요, 챔버에서 누설이 나타났다는 것은 챔버와 외부와의 사이에 압력차가 존재하므로 그로인해 기체의 흐름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죠. 이때 단위시간당 흐른 기체의 양을 누설률이라 합니다. 그래서 1초동안 1cc 의 기체가 흘렀다면 1cc/sec 이 되는데요, 그러면 1분간 흐른 양은 60cc/min 이 될겁니다. 그렇다면 단위가 아주 친숙해 집니다. 우리가 질량유량계(MFC)에서 사용하는 단위는 sccm(Standard Cubic Centimeter per minute) 였습니다. 즉, 표준상태에서 cc/min 입니다. 그래서 누설률의 단위는 바로 MFC 의 유량 단위와 같습니다. MFC 로 흘려보내는 기체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체의 양이고, 누설은 의도하지 않게 들어오는 기체의 양이 될 뿐입니다.
이 cc/sec 단위 외에 자주 쓰는 단위가 하나 더 있는데요, Torr-Liter/sec(or Torr·L/s) 입니다. 1cc/sec 는 0.76 Torr-Liter/sec 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쓰는 sccm 는 표준상태(standard)이므로 온도는 0℃, 1atm 을 기준으로 한 부피입니다(그래서 1cc/sec을 1atm-cc/sec 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온도가 달라져서 표준상태에서 벗어나면 1cc/sec = 0.76 Torr-Liter/sec 가 되지않고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게 되죠. 하지만 대부분 편의를 위해 그냥 사용하고 있을뿐입니다. 혹시라도 정밀 측정시 이 부분을 알고계시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 Pa-Liter/sec 이나 mbar-Liter/sec 의 단위도 쓰이고 있습니다. 단위 보면 아시겠지만 다 그넘이 그넘입니다. 유체역학 하시는 분들에게는 모두 익숙한 단위들일테죠 -_ -
1 scc/sec = 60sccm = 0.76 Torr-Liter/sec = 1.013 mbar-Liter/sec
= 101 Pa-Liter/sec
실제 LCD나 OLED 공정에서는 '단위시간당 상승률'을 계산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RoR(Rate of Rise) test 라고 합니다.
누설 측정을 하기전에 먼저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누설이 우리의 박막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가, 아니면 얼마나 누설이 있어야 박막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비록 누설이 존재하여도 내가 원하는 진공도에 도달이 가능하고, 내가 만드는 박막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실제로 박막에 따라서는 어느정도의 미세한 누설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질화물 고용체 박막을 만드는데, 이미 성분의 80% 가 질소인 공기가 약간 유입이 되었다고 한들 불량률이 그리 높아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박막이 반도체 등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 달라집니다. 0.001sccm 의 미량의 기체 유입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박막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공정에 따라 허용누설률이 어느정도인가 모두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비록 범위가 있지만 생각외로 허용누설률은 꽤나 작은편 인데요, 보통의 진공장비들은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허용누설률이 약 10-2~10-7cc/sec 사이는 나옵니다. 초고진공용 이상 장비나 반도체 패키지(package) 쪽은 더욱 높죠. 평균 10-5cc/sec 라고 해도, 0.0006 cc/min 이고, 0.036 cc/hr 가 되겠으며, 0.864 cc/day 가 되는군요.. -_ - 이정도면 하루에 1cc 가 채 안되는 정말 미세한 양입니다. 실험시에 유지하는 유량 조건을 본다면 MFC로 제어조차 안되고, 진공게이지로 측정도 못할 정도의 적은 양이지만 그정도는 되어야 허용치란 거죠. 정밀한 검출기 없이는 측정이 안됩니다. 그런데 만약 10-2 cc/sec 라면 하루에 864cc 의 양이 흘러들어가고, 이정도 양이 되면 하루 24시간 언제나 진공을 유지해야 하는 챔버 입장에서 무시할 수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챔버내로 기체가 유입되는 양(누설)을 Q 라고 하고, 펌프의 배기속도를 S, 압력을 P 라고 하면 Q = S x P 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만약 우리가 7 x 10-3 torr 의 진공압력을 유지하고 싶은데 펌프는 0.5L/sec 짜리가 연결되어 있다면, 누설은 3.5 x 10-3 torr-L/sec 이하여만 합니다. 이것이 누설의 허용치죠. 이보다 누설이 크다면 원하는 진공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누설에 대해 100%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이 만드는 박막과 공정에서의 허용누설률을 반드시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누설검출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런데 누설검출법도 종류가 무지 다양합니다. 각각의 사용 장비와 장치별로 구분하게 되면 그 종류가 20여가지에 달하죠. 아시겠지만 저는 장비 종류를 나열하는 설명을 좋아하지 않고, 여기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는것은 무슨 상품설명 같아서 그닥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많이 사용하는 몇가지 방법만 풀어볼까 합니다.
먼저 누설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우선으로 필요한 조건은 뭘까요. 챔버에서 누설이 발생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것은 챔버의 내부(혹은 외부)에서 외부(혹은 내부)로 기체의 흐름이 발생한다는 뜻 입니다. 그리고 기체가 어느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양단에 압력차가 있어야 합니다. 즉, 챔버 내부가 대기압이거나 챔버를 열어놓은 상태로는 누설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 되죠. 그런데 '압력차' 라고만 했지 어느쪽이 압력이 높아야 하는지는 언급 안했습니다. 어느쪽이 압력이 높든 상관없거든요.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르고, 저렴해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흔히 '기포관찰법' 또는 '비누거품법', 영어로 유식하게-_-는 버블테스트(Bubble test)라고도 부르는데요, 자동차 타이어에 실빵꾸-_- 나면 카센터에서 빵꾸-_-난데 찾기위해 스프레이로 무슨 액체를 칙칙 뿌리곤 하죠? 그리고 가스 설치할때 연결부에서 가스가 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누거품을 발라본 기억이 있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틈이 있어 가스가 새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죠. 그것들과 같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분무기와 퐁퐁 약간 타서 섞은 물만 있으면 됩니다. 아마 실험실에 이거 없는 곳은 없을겁니다. 단, 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챔버 내부를 진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체를 주입하여 대기압보다 훨씬 높은 압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외부로 새어나와서 거품을 형성하니까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기포관찰법.
분무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 -_ - 틈나면 뿌려보자
만약 챔버를 진공으로 만든 상태로 이 방법을 쓰게되면? 그래도 누설부위를 찾을 수 있긴 합니다. 비눗물이 챔버내로 쫘악- 빨려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진공이 엉망이 되고 챔버내가 바로 오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_ - 그러니 이렇게 하려면 비눗물이 아닌 알콜을 분무하세요. 이때 알콜등이 챔버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진공게이지는 즉각 반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몇십초 정도는 충분히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부분에 동시에 뿌리면 누설이 어디서 반응했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 한부분씩 해야 합니다. 아세톤을 써도 되긴 하지만 간혹 아세톤에 반응하는 부품들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아주 드물거라고 생각하지만, 진공게이지로 가이슬러관을 장착한 챔버라면 진공도가 변하면서 가이슬러 방전의 색이 변하므로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죠. 가이슬러관 뿐 아니라 그냥 어느 장비에나 달려있는 다양한 진공게이지를 관찰해도 상관 없습니다. 방전 도중이라면 플라즈마 상태와 색상이 확- 변하는것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확실한 누설이 있는 곳이라면 테이프를 붙여 막아도 진공게이지에 반응이 나타나므로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스프레이를 이용한 방법이나 진공게이지를 응용한 방법들은 보통 누설이 있나 없나만 알 수 있을뿐 누설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우선 적용하는 기본 검출용으로 많이들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설 측정 장비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것 중에 헬륨검출기(He detector)가 있는데요, 보통 질량분석기가 같이 달려있어서 누설률 측정도 가능합니다. 측정 챔버내에 헬륨(He)을 대기압보다 높게 채운뒤 헬륨을 검출할 수 있는 탐침을 이용해서 헬륨이 빠져나오는 곳을 찾게 되는데, 이때 검출기로 헬륨을 찾아내기 때문에 헬륨을 흔히 '추적기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헬륨(He)을 쓰는 이유는 원자의 크기가 작아서 작은 틈새에도 잘 이동할 수 있고, 불활성이라 반응성이 없으며, 분석시 다른 기체들과 구분이 명확하여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도 챔버내에 헬륨을 채우는것이 아니라 진공을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챔버 내부에 헬륨 검출 탐침을 달고, 챔버를 진공으로 만든뒤 챔버 외벽에 헬륨을 조금씩 분무하는 방법도 있죠. 그러면 틈새가 존재할 경우 헬륨이 틈새를 통해 챔버 내부로 유입되고, 검출기에 검출되어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헬륨 누설검출법 이지만, 후자의 경우 헬륨 분사법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방전 스파크(spark)를 이용하거나 형광체를 발라서 반대편에서 새어나오는 형광체를 관찰하는 방법, 할로겐 기체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흔히 자주 사용하는 방법들은 아닌듯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경우에 따라 적당한것을 선택해서 쓰면 됩니다.
헬륨 검출기를 이용한 누설측정
헬륨 검출법 중 분사법
이왕 말 나온 김에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요. 누설 부위를 측정할때 제일 골치아픈것은 바로 챔버의 크랙(crack) 입니다. 밸브 등의 연결부나 이음새는 이미 누설의 위험이 가장 큰 부분이므로 정해진 부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결부에서 누설을 찾지 못하면 이제는 본체와 배관의 전체 면적을 측정해야 합니다. 본체에서 연결부를 제외하고 누설의 확률이 가장 높은 부분은 아무래도 용접부가 될겁니다만, 용접 불량이든 아니면 다른 부분 어디에서든 존재할 수 있는 크랙을 의심해야 합니다. 챔버의 크랙은 최악의 상황이죠. 잘못하면 챔버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챔버란 것이 지속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크랙이 있다하면 사실 초기불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좌우간 그래서 어쨌든, 어딘가 있는 크랙을 검출해 냈다고 칩시다. 크랙으로 인해 누설이 있다면, 크랙은 챔버를 관통해서 구멍을 냈다는 뜻이 될겁니다. 그런데 진공챔버 외부에 헬륨을 분사해서 검출하든, 헬륨을 챔버내에 고압으로 넣어 새어나오는것을 검출 하든, 보통 챔버 외부쪽에서 크랙을 찾아내게 됩니다. 챔버 내부에는 정확히 어디에 크랙이 있는지 알지 못하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챔버 외부의 크랙을 찾은 뒤 용접을 해서 크랙을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그럼 크랙을 막았으니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내부쪽의 크랙이 꼭 외부쪽 크랙의 바로 반대편에 있으라는 법이 없고, 크랙이 하나라는 보장도 없다는걸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다른 부위의 크랙과 연결되어 있다면, 누설이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챔버의 크랙을 찾을 때엔 모든 부위에 대한 정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정말 드물게 나타나지만 가능성 있는 크랙의 문제
위 그림을 한번 봅시다. 외부에서 누설측정을 해서 크랙 B 를 찾아냈다고 해 봅시다. 그래서 B 부위를 용접을 해서 막았다고 해도, 사실상 내부에서 A-D, C-D 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설은 해결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막아보자고 A 를 찾아서 막았다고 해도, 여전히 C-D 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게되죠. 이런 경우, 내부의 A, C 또는 외부의 B, D 를 모두 찾아 막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실제 나타날 수 있는 크랙 형태이며, 특히 용접불량 부위에서는 이런 크랙이 나타날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들 누설측정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이 갖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당연히 그 장비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 입니다. 누설측정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누설이 발생하면 학교 실험실의 경우 학생이 그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이유도 있고, 어찌해서 누설을 한번 잡고나면 한동안은 염려가 없고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크랙 발생같은 경우는 정말 최악의 경우라 일반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요.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만 지금 필요하지 않는 장비까지 살 수 있는 돈 많은 연구실이 아니라면 말이죠 -_ - ..
장비를 다루는 엔지니어라면 최소한 어디서 누설이 발생하고, 어떤 타입의 누설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것 정도는 알고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수리가능한 범위를 벗어났다 해도, 어디에서 어떠한 고장이 발생했으니 누구를 불러서 어느 부품쪽을 해결해라-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죠.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능력. 이것은 엔지니어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 조건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by 개날연..
아오 더워요... ;ㅁ;
남들은 다 휴가갔을텐데... ;ㅁ;
올해도 비키니 한번 못보고 이짓하다 여름 끝날거 같아여... ;ㅁ;
그냥 바람부는 맑은 냇가에 가서 커피 마시고 싶어여... ;ㅁ;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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