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 관련 글을 쓰는건 참 오랜만입니다. 책을 만드는 중에는 책에 집중하느라 전혀 손을 못댔고, 출판 후에도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었네요. ㅠㅠ
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꽤나 두껍습니다. 490페이지가 넘으며 블로그에서는 쓰지못했던 내용들이 30% 이상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넣지 못한 내용들이 여전히 많긴 합니다. 책 두께가 너무 증가할까봐 간략하게 하느라 생략된 것들, 내용이 방대해지거나 산만해 질까봐 아예 통째로 뺐던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 실제 측정과 분석에 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넣지 못한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측정과 분석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도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라 일부러 다루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조금 해볼까 합니다.
이곳에서 가끔 질문을 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합금이나 화합물 타겟을 스퍼터링 했을 때 만들어진 박막은 타겟의 조성과 같은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0%의 A와 70%의 B 조성을 가진 타겟을 스퍼터링 하면 만들어진 박막도 똑같이 30%의 A, 70%의 B가 존재할 것인가 하는거죠. 이것은 실험을 하는 입장에서 결과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궁금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매우 좋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합금이나 화합물 타겟의 스퍼터링률이 모든 부분에서 같은가 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당연히 스퍼터링률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책에 언급되었습니다만, 이 부분 만큼은 조금 더 추가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디서나 항상 강조하는 스퍼터링의 장점 중 하나로 ’타겟의 조성을 그대로 박막으로 만들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무조건 타겟의 조성과 박막의 조성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타겟에는 불순물이나 오염이 없어야 하고, 스퍼터링 시 타겟의 온도는 낮아야 하며, 각 성분의 스퍼터링 된 입자의 운동 특성이 같아야 하는 등의 필수적인 몇몇 조건이 따릅니다.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겟의 온도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스퍼터링에서 타겟을 구성하고 있는 조성 그대로 박막에 증착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타겟이 열로 인해 고온에서 증발하는 것이 아닌, Ar 이온과의 물리적인 충돌로 운동에너지를 전달받아 원자들이 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 스퍼터링된 원자가 전달받은 운동에너지의 크기는 최소한 재료의 '승화열(heat of sublimation)'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타겟에서 단순히 열에 의한 증발이 발생한다면 원자간의 결합력 차이나 melting point 차이가 나는 물질들은 증발속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melting point를 가진 부분은 높은 melting point의 부분보다 더 빠르게 증발이 시작되며 같은 온도에서 더 많이 증발합니다. 그러나 충돌에너지로 인한 스퍼터링은 어느 이상의 충분한 에너지만 받으면 어느 부분이든 동시에 스퍼터링되는 것이 가능하며, 단원자가 아닌 분자 단위로도 스퍼터링 되기 때문에 화합물의 조성 그대로 박막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스퍼터링 도중에 타겟의 온도가 증가해서 열에 의한 효과가 발생한다면 박막 조성의 변화가 나타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타겟의 냉각에 언제나 신경써야 합니다. 그래서 열전도도가 낮은 타겟과 전기전도도가 낮은 타겟은 더욱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열전도도가 낮은 타겟은 냉각속도가 느려 타겟 표면이 필요 이상으로 가열될 수 있고, 전기전도도가 낮은 타겟은 높은 파워(DC의 경우)에서 저항열이 발생하여 역시 필요 이상으로 타겟이 가열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타겟 조성과 일치하는 박막을 얻기 힘들어 집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합금이나 화합물 타겟의 고온상태는 단순히 박막 조성의 변화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만약 특정 온도 이상에서 상변화(phase transfromation)를 하는 물질이라면 타겟이 상변화를 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상(phase)의 박막이 만들어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타겟의 온도가 충분히 낮은 상태를 기본으로 하고, 합금이나 화합물 타겟의 조성과 만들어진 박막 조성은 스퍼터링 처음에는 차이가 나더라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같아집니다. 이는 많은 논문에서 실험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연구자들 마다 차이가 있어 확실하게 어느 하나의 이유 로 설명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간단한 이론이 있습니다.
스퍼터링률이 서로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타겟을 사용하면 당연히 스퍼터링률이 높은 물질이 더 많이 스퍼터링 되기 때문에 박막 조성도 타겟과 차이가 날겁니다. 그러나 처음만 그렇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줄어들면서 박막의 조성은 타겟과 같아집니다. 이러한 결과는 스퍼터링시 타겟 표면의 조성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타겟이 A 원자와 B 원자가 균일하게 섞인 합금이고 A 원자의 스퍼터링률이 B 원자 보다 높다고 한다면, 먼저 A가 스퍼터링되어 표면으로 부터 떠날겁니다. 그러면 타겟 표면에는 B가 많이 남게되면서 B가 스퍼터링되는 양이 증가합니다. 비록 A의 스퍼터링률이 높지만, A의 양은 적고 B가 많기 때문에 A와 B가 스퍼터링되는 양이 균일하게 맞춰집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A가 너무 많이 스퍼터링되어 표면에 B만 남는다면, B가 스퍼터링 되면서 그 즉시 A와 B가 균일한 면이 노출되고 다시 A가 스퍼터링 됩니다. 이런 작용이 순간적이고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면서 A와 B의 스퍼터링 되는 양이 같아지며 안정화 됩니다. 이 안정화는 경우에 따라 겨우 몇초만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타겟 표면의 온도가 너무 높다고 가정해 봅시다. 순서대로라면 A가 우선 스퍼터링 되어 표면에는 B가 많이 남아야 하는데, 높은 온도로 인해 타겟 내부의 A가 표면으로 확산되며 부족한 A의 양을 채워서 A와 B의 양을 같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A가 많이 스퍼터링 되기 때문에 B보다 A가 많은 상태의 박막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들의 경우도 각 성분 원자들의 결합에너지와 질량의 차이, 작업압력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질량이 낮거나 결합에너지가 낮을수록 스퍼터링률은 증가하며, 이것은 산화물 타겟을 스퍼터링할 때 박막에서 약간의 산소결핍이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α와 β의 2개의 상(phase)이 균일하게 존재하는 타겟이 있고, 두 상의 스퍼터링률이 차이가 난다고 가정해봅시다(α > β). 처음에는 α상의 스퍼터링률이 높기 때문에 α상의 영역이 많이 깎이고, 스퍼터링률이 낮은 β상이 있는 곳은 늦게 깎이면서 돌출부를 형성합니다.
α상과 β상으로 구성된 균일한 등축조직의 타겟 표면
α상의 스퍼터링률이 높기 때문에 먼저 깎여나가요
노출된 β상의 옆면이 깎여나가면서 원뿔형태가 만들어짐
노출된 면적은 β상이 많지만 스퍼터링률은 α상이 높기 때문에 α상과 β상의 스퍼터링양이 같아짐요.
이때 돌출부인 β상의 옆면은 충돌하는 Ar 이온의 영향으로 더욱 많이 깎여나가 경사가 발생하고, 이 현상이 지속되면 원뿔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원뿔형의 β상은 옆면의 각도 때문에 스퍼터링률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원뿔의 β상이 스퍼터링 되는 양이 증가하며, 아래의 α상을 빠르게 노출시키게 됩니다. 이 현상이 타겟 표면 전체에서 동시에 번갈아가며 발생하고, 그 결과 노출된 면적이 β상이 많아도 스퍼터링률은 α상이 높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α상과 β상이 스퍼터링 되는 양이 적절하게 맞아갑니다. 물론 이것도 α상과 β상의 스퍼터링률 차이가 매우 크거나, 공정 중 자기증착이 발생하거나, 타겟 미세조직 차이, 스퍼터링 변수 등에 의해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을 거쳐 형성된 박막의 조성이 정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타겟의 온도를 낮추고 시간을 충분히 주어도 타겟과 박막의 조성이 맞지 않는 다면 타겟 자체의 조성비를 조절하여 맞춰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타겟보다 A성분이 부족한 조성의 박막이 만들어진다면 그냥 A성분이 많은 타겟을 만들어 사용하면 되는 것으로, 사실 가장 확실하게 조성을 맞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입니다. 그리고 기판의 온도가 너무 높은 것도 박막 조성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스퍼터링된 원자가 기판에 도착하면 안정하게 자리잡고 성장해야 하는데, 고온의 기판은 원자의 에너지를 증가시켜 다시 재증발 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낮은 melting point를 가진 성분이 포함된 경우는 기판의 온도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그 외, 타겟 제조 공정상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타겟은 단일 금속의 경우는 주조로도 만들지만 합금이나 화합물 타겟의 상당수는 분말을 혼합하고 고온소결하여 제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조된 타겟의 표면 상태는 내부와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불순물이나 기공이 많이 존재하여 방전불량을 발생시키며, 공정 도중에 약간의 조성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새 타겟의 경우는 pre-sputtering을 하여 표면을 충분히 깎아낸 다음에 사용해야 합니다.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그냥 지나다 냇가에 앉아 커피한잔.
오랜 기억이 떠올라서, 정선에 가고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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