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드렸듯이 장비나 장치소개 이야기는 사실 지겹습니다. 장착 가능한 악세사리들이 한두가지도 아니고 어떤 것은 종류별로 열 몇가지는 나열해야 하다보면, 이건 그저 장비 판매 카탈로그를 보는게 낫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책들이 그런 장비소개로 채워져있는 것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가 사용하는 기기가 어느 타입이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은 자신이 기본적으로 알고있어야 합니다만, 그런 책에 스퍼터링이란 모든 과정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가 나와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또한 대부분 이론적이고 원리적인 부분이 중점이지 실제로 실험을 하는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점이나 발생하는 문제점과 해결법 등에 대해서는 참으로 빈약합니다. 그래서 여태 제가 글을 작성하면서, 가능한 그런점들을 피하고 실용적으로 쓴다고는 썼습니다만... 제가봐도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거 같습니다... 으허헝... ㅠㅁㅜ
그래서 적어도 이제는 확실하게 실제적인 내용을 들어가 봅시다. 이미 우리는 박막을 입히기 위한 모든 장비가 구축이 되어있습니다. 필요한걸 때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마련하게 되면 모든것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이 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장비를 알아보는게 아니라, 장비를 운용해 볼 시간입니다. 그런데 장비를 구동시키기 전에 정말 중요한것 한가지를 우선적으로 생각 해야 합니다. 박막을 어디에 입힐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기판(substrate) 혹은 시편의 선택 문제죠.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우는 많이 보질 못했습니다만, 이것은 정말로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제아무리 똑같은 조건으로 똑같이 박막을 형성시켜도 기판이 다르면 결과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판으로서 제일 좋은것은 실제 그 박막이 사용되는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제품화 단계까지 갔을때 이야기고, '박막' 이란것 자체를 연구하거나, 아니면 어떤 조건을 잡기 위해 실험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제품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적당한 기판을 선택해서 박막을 형성시키고 그 조건을 가지고 파이로트(pilot)에 적용하고, 다시 양산화를 하면서 조건을 세밀하게 조절하게 되는 거죠.
기판을 선택하기 위해서 연구자가 결정해야 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기판의 가열온도는 얼마로 할 것인가? 기판위에 단결정을 입힐것인가 다결정을 입힐 것인가? 화학적으로 안정한가? 기계적 특성은? 광학적 특성이 필요한가? 형태는? 그리고 표면상태는? 등등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박막을 형성시에 몇백 ℃ 이상으로 온도를 올려야 한다면 융점이 낮은 기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웬만한 폴리머 기판은 150℃ 이상이면 모두 열화되어 못쓰게 됩니다. 화학적으로 불안한 기판은 박막과의 화학작용을 일으켜 다른 화합물 층을 형성해버릴 수 있습니다. 사용시 박막의 형태를 유지 가능 하도록 강도도 필요하며, 디스플레이용 박막에서는 투명성도 필요합니다. 표면이 거칠거나 더러우면 박막의 증착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박막은 기판의 결정구조 특성을 따라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판이 비정질이면 박막도 처음에는 비정질로 형성될 확률이 높습니다. Si 같은 단결정을 기판으로 사용한다면 박막도 Si 의 원자 자리를 따라 단결정 성장을 시킬 수 있고, 습니다. 흔히 에피텍셜(epitaxial) 성장이라고 불리우는 방법이죠. 이러한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내가 입힐 박막에 가장 적당한 기판을 선택합니다. 기판이 달라지면 맞춰놓았던 공정조건이 같이 달라지게 되므로, 기판의 선택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실험 도중에 박막에 문제가 있거나 기판이 내가 요구하는 조건과 안맞는것으로 판단된다면, 기판을 바꿀것인지 아니면 실험 조건을 바꿀것인지 고려해서 즉각 해결을 해야 합니다.
생각외로 비싼 알루미나(Al2O3) 기판.
잡으면 딱 요만하다. 누구 손인지 알흠답다.
위 사진은 사용되어지는 세라믹 기판중에서 가장 흔히 보는 것으로, 알루미나(Alumina, Al2O3) 기판 입니다. 가로 x 세로 x 두께가 50mm x 50mm x 0.5mm 짜리죠. 크기나 두께는 종류별로 나와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선택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외로 값이 매우 비쌉니다. 저 크기 한장이 낱개로 구입한다면 요즘엔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몇년전에 구입했을때 장당 8,000원 이었는데, 100장 정도로 다량 구입하여 장당 5,000원에 할인해서 구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비싼 이유가 보통 닥터블레이드 법으로 얇게 제조하는데, 제조시 불량율이 생각보다 높기도 하고, 저렇게 원하는 크기로 구입하려면 레이저 가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공비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실험용품 파는곳이 인터넷으로도 많지만, 예전에는 이것을 다루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종로 3가 안쪽 골목에 들어가면 세라믹 부품들 파는 가게가 몇 있는데, 그곳에 가서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글쓰다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ㅠㅠ
본래 알루미나 기판이 제일 많이 쓰이는 곳은 세라믹이나 금속을 소결하고 열처리 할때 받침용 일겁니다만, 박막 제조용으로도 꽤나 적당합니다. 금속이나 글라스에 비해서 우수한 내열성을 가지고 있어서 기판의 온도를 높이 올려야 하거나 고융점 재료 증착에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손으로 살짝만 충격을 줘도 깨지기 쉽기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고, 표면이 생각보다는 거칠어 사용범위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쓰다 남은 Si wafer.
내꺼임 -_- 급할땐 거울로 쓸 수 있다.
위 사진은 기판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i wafer 입니다. 요즘이야 구하기 어렵지 않지만 10년전만 해도 저거 구하려면 정말...ㅠㅠ 그런데, 현재 쓰이는 Si wafer는 종류가 4가지 있습니다. N-type 에서 (100), (111) 면과 P-type 에서 (100), (111) 면으로 구분이 됩니다. 이것들의 구분은 wafer 끝을 조금 반듯하게 잘라낸 부분(flat 이라고 함) 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좀 크게 자른것이 Primary flat, 작게 자른 부분이 secondary flat 입니다. Flat 외에, 넛치(Notch)라고 부르는 홈이 파여져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111) wafer는 (100)에 비해서 표면이 화학적으로 좀 더 활성적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목적에 맞게 wafer를 선택해서 쓰면 됩니다. 그 외 (110) wafer도 있지만 잘 쓰이진 않고있습니다.
Flat 에 의해 구분되는 Si wafer의 종류.
드디어 급조한 파워포인트가 오늘도 등장!!! 성원에 감사드림;;
근데 요 그림은 내가 그렸지만 되게 멋지다.. 막 뭔가 전문적이잖... -_-;
많은 학생들에게 왜 단결정 Si wafer를 기판으로 쓰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그냥 그 실험실에서 그걸 쓰고있어서 자기도 쓰고있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Si wafer 가 실험용 기판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유중 하나는 그 실험에 적합해서 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이 편하다는 점 입니다. 적당한 두께, 적당한 크기에 못해도 99.9999% 를 넘나드는 고순도, 게다가 이미 표면에 경면처리(polishing)까지 되어있으니 시편 세척 등의 전처리에도 아주 용이하죠. 특히 고순도의 단결정이라는 것은 엄청난 장점을 가져다 줍니다. 만약 Si wafer 위에 어떤 미지의 화합물 박막을 입혔다고 해봅시다. 우리는 그 화합물이 뭔지 알 수 없어도 XRD 만 찍어보면, 기판의 피크(peak) 와 박막의 피크 가 어떤것인지 바로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단결정 Si wafer는 XRD 측정을 하면 특정 위치에 하나의 피크가 대단히 크게 뜨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결정 기판인 경우에는 기판의 피크와 박막의 피크가 혼재되어 구분이 어려워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Si wafer 는 박막의 물리적, 화학적, 전자기적 특성을 제어하고 측정하는데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즉, 기판이 가진 특성을 정확히 알기 때문에 측정된 특성값들 중에서 박막이 가진 특성만을 분리해 낼 수 있으며, 엄밀하게 제어되어 만든 기판이기 때문에 재현성 또한 우수합니다.
구하기 쉽고 저렴한 슬라이드 글라스(Slide glass)
메이드인 차이나다 -_-
정말로 부담없이 쓸 수 있는 슬라이드 글라스(Slide glass) 입니다. 유리라면 어느것을 사용해도 괜찮지만 슬라이드 글라스를 많이 쓰는 이유는 규격화 되어 적당한 크기로 절단되어져 있고, 품질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역시 글라스의 종류도 워낙 다양해서 필요에 맞게 선택해야 합니다. 글라스의 주 성분은 SiO2 인데, 여기에 여러가지 화합물이 섞여 제조 됩니다. SiO2 함량이 무척이나 높은 석영글라스는 화학적 안정성이나 강도 등에서 우수하지만 열팽창계수가 대단히 낮습니다. 때문에 금속 박막을 입히게 되면 열적 특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 사용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가 많죠. 기판은 박막과 열팽창계수를 가능한 비슷한 녀석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일반 창유리나 슬라이드 글라스 처럼 알칼리 성분이 들어간 글라스에 LCD 나 OLED 등의 소자를 증착할 경우, 알칼리 성분이 내부로 확산되면서 액정이나 소자, 박막특성 등에 영향을 줘서 성능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알칼리가 적을수록 글라스는 낮은 열팽창을 나타내어 온도에 안정합니다. 그래서 무알칼리 글라스를 사용하게 되죠. 대표적인 LCD 나 OLED용 무알칼리 글라스에는 미국 코닝(Corning)사의 1737 이나 일본 아사히(ASAHI)사의 AM100 등이 있습니다.
LCD 용 글라스(Corning 1737)
50mm X 50mm로 레이저 커팅된 장당 500원 짜리-_-;
그런데, 아무래도 요즘의 박막은 디스플레이 연구쪽을 위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몇년전부터 각광받는 Flexible display 를 위해 휘어지는 기판에 증착하는 연구가 매우 활발하죠. 그냥 실험용으로야 구하기 쉬운 PET 등을 흔히 쓰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특별한 기판은 별도로 만들어져 사용합니다. 스퍼터링 시에는 기판 온도를 일부러 올리지 않아도 100℃ 이상의 상승은 흔히 일어납니다. 웬만한 고분자 기판들은 이 온도에서 견뎌내질 못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150℃ 에서는 안정한 고분자 기판이 필요하고, 기판의 냉각도 신경써야 합니다. 플렉시블에 박막을 입히는 실험을 많이 해봤지만, 아무래도 제가 고분자쪽과는 워낙 관련이 없고 안친하기 때문에 고분자 기판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힘들군요.. ^^;
PET 플렉시블 기판에 입힌 ITO 박막.
누구손인지 정말 귀여워~
그러고 보니 금속 기판을 말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금속 기판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종류의 금속, 모든 합금들을 모두 기판으로 쓸 수 있는 이상 어떤 특별한 특징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거죠. 그런데, 보통 금속기판을 쓴다면 이미 제품은 뭘로 만들지가 정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땐 맨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실제 사용하는 부품이나 그 재료를 커팅한 것을 가져다 기판으로 쓰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Al plate (Hull Cell 도금용 기판)
본래 Hull Cell 도금용 규격으로 나온 것이지만 기판으로 못 쓸 이유가 없습니다. Hull Cell 용 기판들은 적당한 크기, 적당한 두께에 Fe, Cu, Ni, Al 등 여러 종류가 나와있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기본적으로 경면처리가 되어있어서 사용하기에도 편합니다. 하지만 경면처리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세척은 잘 해줘야 하죠. 경면처리 후 표면에 산화방지용 비닐을 씌워놔서 산화는 막았지만, 비닐과의 접촉으로 인한 유기물 오염이 있을 수 있습니다.
HDD 플래터(platter)
어디서 많이 보시던 느낌이 있으시나요? 하드디스크를 분해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놈이죠. 플래터(platter) 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기록하는 디스크입니다. Al-Mg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저위에 Ni-P층과 Cr층을 입힌 다음 마그네틱 층을 증착시켜 자기기록층을 만들게 되죠. 예전에 하드디스크 박막 실험을 할때 업체로부터 받아서 쓰고 남은 건데, 저걸 어디다 응용해서 써볼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아무데에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_-;
이상 간단하게(전혀 간단하지 않아!!)... 대표적으로 쓰이는 몇가지 기판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쓰고나서 보니 3부작으로 할걸 그랬습니다. -_ - 생각외로 양이 많군요;; 한번에 간단히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읽기 귀찮아 질까봐 걱정입니다. -_ -
...by 개날연..
우와.. 저녁 8시 넘어부터 작성하다가 글 올린게 12시 30분 쯤이었는데...
읽으면서 오타 수정하고, 문장 다시 다듬고 하다보니 어느새 새벽 2시 30분이 넘었군여 ... ㅠㅠ
어깨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ㅠㅠ
그런데다 사진이 필요해서 토욜에 연구실 가서 사진찍고 왔는데, 추운데 돌아다녔나 봅니다.
감기걸렸는지 기침이.. ;ㅁ;
'플라즈마와 박막프로세스 > 박막 형성법과 스퍼터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스퍼터링!! #1. 시편 장착, 스퍼터 작동 및 세팅확인 (90) | 2011.12.11 |
---|---|
기판(substrate)의 선택과 세척..#2 (47) | 2011.12.01 |
진공도 측정 - 진공 게이지(Vacuum Gauge or Pressure Gauge) (50) | 2011.11.05 |
가스 공급 - 질량유량계 MFC(Mass Flow Controller) (98) | 2011.10.24 |
기판바이어스 - 바이어스 스퍼터링(Bias Sputtering) (76)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