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을 읽고 오십니다. --> http://marriott.tistory.com/118
어느새 20년은 훌쩍 된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Al alloy 쪽 연구를 주로 하고 있었죠. Al 합금을 아몰퍼스 리본(ribbon)으로 만들어서 석출물, 열안정성과 강도 및 경도 변화 등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실험실로 커다란 제조장비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이 Sputtering system. 작은 실험실의 1/3을 채워버린, 막연히 말로만 들어보았던 그런 장비였죠. 지금보면 만듦새나 성능등이 보잘것 없겠지만, 당시로선 정말 고가의 최첨단 장비였습니다.
기억으로 되살린 내 첫번째 스퍼터링 머신
나중에 하도 에러가 잘 나는 바람에 디펙트(defect) 1호 라는 별명을 붙였다.
교수님께서 저보고 장비 설치 잘 되나 지켜보라길래,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설치기사는 이것저것 몇시간에 걸쳐서 조립하고, 전원을 켜고 동작상태를 한번 보더니, 그럼 이만~ 하고 사라졌습니다. -_ - 그렇게 설치가 다 되었다고 했더니.. 그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잘 되었니? 그럼 한번 해봐라~"
그러곤 웃으며 가셨습니다.
"......... -_ - ....... (음?) "
생전 처음 보는 기기. 그런데 메뉴얼도 없고, 어디서 이런걸 이론으로 배운적도 없고, 이게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해보라고? 그리고 교수님은 그 후에도 '잘 되니? 잘 된거 가져와봐~' 하는 표정으로 날 볼때마다 안하고 생글생글 웃고 지나가셨습니다.
'이.. 이양반은 내가 저걸 할줄안다고 생각.. 아니 .. 믿고있어..'
그 웃는 표정에 정색하며 모른다고 할수가 없었습니다. 뭐.. 울 교수님만의 장점-_ - 이죠. 내가 이미 다 할줄안다고 믿는다는것 -_ - 근데 그게 저한테만 그랬다는 것도.. -_ -;; 물론.. 울 교수님도 스퍼터를 전혀 할줄 몰랐다는 것은 함정 -_ -
그때부터 국내에 있던 모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퍼터링을 하는 곳이 국내 대학에서도 몇군데 없었기 때문에 스퍼터링이나 박막 전공서적은 하나도 없었고, 인터넷도 불모지. 기껏해봐야 01410 띠리리~ 천리안이나 하이텔 시절이라 요즘같은 검색은 꿈도 못꿨습니다. 직접 서초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을 몇번씩 찾아가 뒤져서 겨우 논문 몇편을 복사해 옵니다. 그리고 논문 맨 뒤에 적힌 참고문헌에서 이론서로 괜찮다 싶은것을 골라서 교보문고 외국서적 코너를 통해 힘들게 구입합니다. 도서관에 부탁해서 외국 논문들도 몇개 구했습니다.
그렇게 논문들을 읽어보며 진공과 방전에 관련된 내용들을 하나씩 찾아 이론을 알아가고, 그림과 실험실에 있는 장비를 대조해보며 각 부분 명칭과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수백번 에러와 셧다운을 경험하며 작동법을 찾아가고..
그렇지만 그걸로는 장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핵심 원리등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방전도 이론으론 알겠고, 실험으론 해봤지만 실제 어떻게해서 그렇게 되는지 알 수 없였죠. 궁금한데, 아 궁금해 죽겠는데.. 대체 이게 진공이 어떻게 빠지고, 어떻게 배출되고, 어떻게 방전이 되고 하는거지..
그래서...
너무 궁금한 나머지.
그래서...
어느날 밤..
뜯었습니다. -_ -
멀쩡한 스퍼터링 머신을 각 파트별로 나눠서 완전분해 -_ -
챔버도 뜯고, 건도 뜯고, 기판회전부도 뜯고, MFC도 뜯고, 게이지도 뜯고, 펌프도 뜯고.. 걍 싸그리 뜯습니다.
아, 여기가 이렇게 되어있었구나. 밸브는 이렇게 여닫히고, 아, 디퓨전펌프 속이 이렇게 생겼구나. 오일은 이렇게, 발열은 이렇게, 아, 가스는 여기를 통해 저기로 흐르고, 이곳를 통해서 배출되고, 건 속은 이렇게 생겼고, 여기가 냉각수고.. 전원은 이렇게 연결되고.. 그래 이게 이렇게 해서 되는거였구나. 드디어 머리속이 후련해 지더군요. 그리고 아침이 되어 누가 오기전에 조립은 분해의 역순 -_ -
그 무거운 부품들을 힘들게 받치고 조립해야 하는게 진짜 무지 빡셌음요.
나중에 그짓을 몇번 더함 -_ -
지금 생각해도 정말 즐거웠던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여기저기 개조도 하고 ...
일단 뜯는건 공돌이의 습성이죠. 데헿~
... by 개날연..
그리고 쓰고나니 별거 아닌 이야기 -_ -
들판으로 바람구경 가고 싶 ..... ㅠㅠ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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