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는게 뭐냐고 물으면 시건방지게도 '커피' 라고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건 역시 말했듯이.. 잘한다는 의미보다는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2010년 겨울,
난 내재되어 있던 병이 급격히 악화된 이유로
당시 모 회사에서 맡고있던 연구소 일을 그만두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언제나 건강이란 것이 나를 잡고있어서
매일 새벽 까지, 주말에도 쉬지않고 매달려야만 하는 일은 내겐 무리였다.
물론, 연구라는 것이 퇴근이 어디있고, 주말이 어디있고, 휴일이 또 어디있겠냐만은..
적어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번 병원에 다니고 약을 받아오고 할 시간이 내게 필요했으니까..
그런뒤 생각했다.
아니, 정말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오래전부터
언제나 몸이 아프면 아플수록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정성으로 내린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
맛의 느낌이야 취향이라서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내 정성으로 만든 커피..
내가 직접 고른 커피생두를 직접 볶고, 직접 갈고, 직접 손으로 우려낸..
어쩌다 누군가 찾아오면,
그렇게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이 모두 들어간 커피한잔 웃으며 대접하는것.
그저 그게 내가 바라던 훗날 나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커피에 매달렸다.
당시 국내에서는 판매조차 거의 안했던 원두를 구해 맛보고,
드립퍼를 구해, 모카포트를 구해, 작은 머신을 구해 커피를 내려보고..
실험실에서 뚝딱거리며 로스터를 만들어 작동시키면서
이리저리 갖은 방법으로 어떤 맛이 나나 볶아보고..
시간날때마다 그러기를 반복하기를 또 얼마나 오래 했는지...
본래 실험실에서 밤새며 연구하고 살던 녀석이라, 그런일들의 반복은 익숙해져 있어 다행이었다..
2011년 초, 마침 일을 쉬는 김에 동네에 작은 커피집을 만들까 했다.
내가 직접 커피를 볶을 수 있는 작은 공간.
누군가 찾아오면 커피한잔으로 잠시 쉬었다 가는..
그냥.. 그저 그런 작은 찻집.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메이커의 세련된 인테리어도 아니고..
어디 화려하게 멋들어진 커피샵도 아니고..
넓직한 공간에 편히앉아 쉴수있는 푹신한 소파는 없더라도
그냥.. 동네사람들에게 정겹다 느껴질만한 그런 공간을 원했다.
어찌보면, 내가 있고싶던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건물에서 부터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까지 거의 모든 구상을 다 했었지만,
그러나 그것을 시작하기에는.. 그때 내 건강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판단되어서 포기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할까..?
많은 사람들은 모두 싫어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있잖은가..
사람들은 또 그런말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것을 한다고 하면, 넌 좋아하는 것을 할수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또 생각하지 못한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나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다른것을 포기해야 하는가를.
그것들이 남에 의해 주어지는 예외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없던걸 내가 얻기위해서라면 그래야 한다.
단순히 하나를 얻고, 하나를 포기하는 당연한 등가교환이 아니라..
바보 멍청이 등신.. 손가락질과 멸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고..
때론 가진 모든것을 포기해야 하며, 이룬 모든것을 버리기도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똑같은 핑계거리가 내게도 있었다.
돈도 없었고,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핑계였다.
돈이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내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시작을 할 수 없다는것.
어찌보면 오래전부터 준비는 되어있었다.
그러나 안정을 쫓고 위험을 거부하는 나약함 때문에,
내가 가진것을 포기하면서 덤벼들 용기가 없었을 뿐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모은 모든 현금을 털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서 탈탈 털은 전 재산이,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봉도 채 안되는가하는 의문은 접어두자. -_ -
어느 건물 옥상의 빈 가건물을 빌렸다.
어두 침침하고, 창문밖 경치란건 보고싶지도 않는 구석이며
엘리베이터도 없어 힘들에 걸어 올라야 한다.
제일 먼저 곰팡이가 피어난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도구를 구입하는것 외 모든 설비를
가능한 내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직접 꾸미기로 했다.(다르게 말하면 돈이 없다)
누군가 이사가면서 두고간 싱크대를 구해서 갖다놓고,
드릴로 싱크조에 구멍을 뚫어 수전과 하수배관을 연결했다.
수도주름관과 밸브를 철물점에서 사다가 멀리서부터 수도를 끌어오고,
더운물이 나오도록 전기온수기도 인터넷에서 구입해서 설치했다.
수도관이 하나라서, 온수를 쓰기 위해서는 수도를 둘로 나누고, 하나는 전기온수기를 거쳐
다시 수전으로 연결하여 더운물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싱크대 옆에 작업대를 구해다 놓고, 로스팅시 연기와 냄새를 빼도록 환풍기와 후드를 작업하고,
로스팅실 밖에는 이런 저런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작업 바를 만들고,
누군가 오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고,
벽면에는 책장과 내가 찍은 사진들을 걸 수있도록 액자와 조명을 만들것이다.
그런뒤 눈여겨 뒀던 로스팅기를 하나 구입하고, 그 옆에 내가 만든 로스팅기도 같이 설치하게 되면
개날라리연구소 겸 개날라리 로스팅랩이 완성된다.
커피샵이 아니다. 그냥 로스팅을 할 뿐이다.
물론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커피를 대접하겠지만..
처음 생각했었던 커피샵은 이미 가까운 지인이 그곳에서 하고있기 때문에..
로스팅한 원두를 커피샾에 공급하고, 그곳에서 판매도 가능하면 더 좋고..
그래서 이곳을 유지시킬 비용이라도 몇푼 나올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지금은 그저 내가 있을 공간, 내가 연구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고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자체로 족하다.
주중에는 다른 일도 해야하니까..
작업이 잘해도 한주일에 하나씩.. 주말 밖에는 할 여건이 안되어 적어도 몇개월은 걸릴듯 하지만..
내가 꾸며나가는 내 공간이라는 작은 기쁨.
돈이 있다면, 업자들에게 말하면 일주일이면 끝날 일이지만..
몸이 힘들어도, 이 과정 모두가 내게 좋은 경험과 시간으로 남을 수 있고..
그렇게 준비하는 시간에 잠시나마 즐거워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시작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 처음 생각에서 시작까지
1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by 개날연..
내가 요즘 이짓 하느라 이번 업데이트가 이리 늦은겐가..-_-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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