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있는 박막의 모습은 기판 표면에 기판과 동일 물질 혹은 다른 물질을 원하는 얇은 두께로 붙여놓은 것 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판을 뒤집었을때 그 물질이 떨어진다면 그건 박막으로 사용할 수가 없죠. 그리고 그렇게 떨어질 정도면 애당초 '도금' 이나 '증착' 이라고 부르지도 못합니다. 그냥 어디 책상위에 물건하나 올려놓은것 같은 느낌일테니까요. 설령 기판에 붙어있다 해도 이것이 사용중에 어떤 이유로 떨어지거나 벗겨지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박막이 회로같은 전기적 기능을 위한 것이라면 전기 흐름이 끊기거나 회로 작동에 이상이 생길 것이고, 내마모용이면 제품이 마모되기 시작할 것이고, 내식성이면 부식이 시작되며, 장식광택용이면 보기 안좋아 지겠죠. 그렇게 박막이 제 위치에 있지않고 벗겨진다는 것은 결국 불량일 뿐이며, 제품 성능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품질이 우수한 박막을 입힌다는 것은 박막 자체의 성능 뿐 아니라 박막이 얼마나 잘 붙어있냐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박막이 기판에 얼마나 단단하고 오래 잘 붙어있는가에 대해, 즉 박막의 밀착(adhesion)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밀착이란게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넘어갑시다. 물론 밀착이란게 물질이 서로 붙는다는거 아니냐.. 라면서 의미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정의를 내려보라 하면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ASTM(American Society for Testing Methods)의 D-907 을 찾아보면 밀착(adhesion)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The state in which two surfaces are held together by interfacial forces which may consist of valence forces or interlocking action or both”
여...영어다. 게다가 길다... ;ㅁ;
해석은 알아서.. - _-
그런데 사실 용어로 보면 밀착 외에 '부착'이나 '접착'이란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엄밀히 본다면 부착은 '이종물질이 달라붙음', 밀착은 '빈틈없이 붙음', 접착은 '끈기있게 붙음' 으로 약간씩 의미가 다릅니다. 따져보면 '부착'이 가장 의미가 근접하지 않나 싶은데요, 박막을 설명할때엔 어느것을 쓰든 의미 전달에 있어서는 크게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우리나라 책이나 자료들은 이 용어가 통일되지 않고 3개의 단어들이 모두 섞여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밀착력'이란 말을 주로 썼었기 때문에 여기서도 '밀착'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박막이 기판에 붙는데 필요한 밀착력은 어디서 오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원자들의 결합종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공유결합, 이온결합, 금속결합이 있죠. 거의 모든 물질들이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결합들입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공유결합, 이온결합, 금속결합은 원자와 원자가 서로 전자를 주고받고 하는 결합입니다. 전자가 원자들의 접착제 역할을 하게 되는거죠. 이들 결합은 화학적으로 박막의 원자와 기판의 원자가 반응을 해서 붙게 되며 그로인해 대단히 강한 결합을 하고 밀착을 이루게 됩니다. 전편의 '표면에너지(http://marriott.tistory.com/155)' 에서 표면에너지는 표면원자들의 결합하지 못하고 남은 부분(broken bond)이 있다고 했었습니다. 바로 그 기판의 broken bond가 스퍼터링된 원자의 broken bond들과 결합하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의 밀착력은 이론적으로 원자와 원자들간의 결합에너지의 총 합이 되며, 결합수를 정확히 안다면 값을 계산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결합이 나타나면 매우 강력하지만, 일어나는 조건은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면 기판과 박막원자가 같은 금속이나 같은 세라믹이면 몰라도 한쪽은 금속이고 한쪽은 세라믹이면 결합방식 자체가 달라서 어렵습니다. 또한 같은 금속이라 할 지라도 결정구조가 완전히 다르거나 성질들이 다르면, 그리고 결합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적으면 결합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기판의 broken bond와 박막원자의 broken bond 가 만나서 결합
아무거나 다 되는게 아니다.
그 다음으로 기계적으로 인한 밀착이 있습니다. 쉽게말해 기판 표면에 미세한 틈새들이 있을때 박막원자들이 그 틈으로 들어가서 빠지지 않고 고착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래서 기판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불규칙한 표면이거나 다공성의 표면을 가지게 되면 밀착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기판온도는 이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온도가 증가하면 기판 표면위에서 증착된 원자들의 이동이 활발해 져서 작은 틈새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아노다이징(anodizing)이라고 부르는 알루미늄 양극산화는 알루미늄 표면에 미세한 다공성의 구멍들을 생성시키고 그 위에 도금을 해서 밀착력을 극대화 시킨 방법입니다. 다공성의 많은 구멍 안으로 도금물질들이 쏙쏙 빨려들어가서 도금층이 벗겨지질 않습니다.
기판표면의 틈새 덕분에 나타나는 기계적인 밀착
금속간의 용접에서는 확산이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박막의 밀착에서도 확산에 의한 효과가 있습니다. 기계적 밀착이 거시적인 거라면 확산은 미시적인 것으로 봐도 비슷할듯 싶습니다. 스퍼터링된 박막원자들이 기판원자들 틈에 박혀서 섞여버리고 얇은 두께로 혼합된 확산층(diffusion layer)을 만들어버립니다. 이 현상은 기판과 박막이 모두 금속인 경우에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기판온도가 높을 수록 확산속도가 증가해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온플레이팅이나 바이어스 스퍼터링에서 설명한 이온충격효과도 내부 원자들을 섞어놓아 확산의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박막과 기판의 확산에 의한 밀착력 증가
확산에서 멈추는게 아니라, 박막이 기판과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아예 화합물 형태의 중간층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이 경우는 박막-중간층, 중간층-박막 각각의 밀착이 좋기 때문에 밀착력이 꽤나 우수한 박막이 입혀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취약한 화합물이 발생하여 박막파괴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판과 박막의 밀착력 향상을 위해, 또는 응력감소를 위해 일부러 별도의 중간층을 넣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요, 중간층을 어느 재료로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두께로 입힐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 됩니다. 밀착을 위한 중간층은 굳이 두꺼울 필요가 없으므로 가능한 얇게 입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막과 기판이 반응하면 화합물 중간층을 만들어 밀착력이 향상 되기도 한다
앞에 설명했던 이온결합, 금속결합, 공유결합은 원자들이 서로 전자들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전자를 주고받지 않고 결합을 하는 경우가 있죠. 바로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결합입니다. 반데르발스 결합은 원자나 분자내의 전자들이 어느순간 한쪽으로 많이 이동했을때 쌍극자가 되고, 그로인해 나타나는 전기적 극성으로 인한 인력으로 발생합니다. 기판 표면원자와 기판으로 들어오는 박막원자에서 쌍극자 반응이 일어나 전기적 인력으로 결합이 된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반데르발스 결합의 힘은 대단히 작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박막이 기판에 붙어있는 이유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반데르발스 결합에 의한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원자 하나당 갖고있는 반데르발스 힘은 작지만, 기판 표면위에 있는 수많은 원자들에서 나오는 힘을 모두 합하면 충분한 밀착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화학결합 자체가 어려운 박막과 기판사이에서, 또는 표면이 매끄러워 기계적 밀착이 나오기 어려운 기판에도 박막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원자로 예를 들면, 본래는 핵 주위에 전자구름이 이렇게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전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면
전자가 많이 있는쪽은 전기적으로 (-), 적은쪽은 (+)를 띄게 되는 쌍극자가 된다.
저런것이 분자 단위에서 나타나는 것이 반데르발스 결합.
쌍극자들끼리 모이거나, 주변의 원자에 영향을 끼쳐 또다른 쌍극자를 만들어 내면서
전기적 인력으로 끌어당겨 결합을 하게 된다.
위 내용들을 본다면, 일단 밀착이 좋으려면 박막과 기판사이에 닿는 면적이 최대한 많아야만 합니다. 기판표면을 가능한 깨끗하게 클리닝 해야만 하는 이유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박막의 밀착에 있어서 유기물은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실험자가 실수로 기판 표면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지문이 묻게되면, 그 지문 모양 그대로 증착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박막 원자와 기판표면원자가 직접적으로 닿지않는다면 그 부분은 전혀 밀착이 되지 않는다고 보면 되고, 설령 된다 할지라도 나중에 사용하면서 벗겨질 위험이 대단히 높죠. 그리고 기판 온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온도가 증가하면 화학결합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기판표면위 원자의 이동을 쉽고 빠르게 해줘서 확산을 증가시키고 기계적 밀착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기판온도는 밀착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변수중 하나입니다.
박막을 취급하고 사용하는데 있어서 제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안정성과 '화학적' 안정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밀착력 부분을 말하자면 주로 물리적 안정성에 관한 것이지만, 화학적 안정성도 밀착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기판과 박막 사이에 어떤 이유로 필요없는 기체나 불순물의 유입으로 국부적으로라도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발생하게 되면 박막은 제 기능을 못하고 파손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밀착이 되고 안되고는 전적으로 전처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기판의 선택과 세척(http://marriott.tistory.com/116)에서 전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표면에너지는 최외각원자의 broken bond 들이 가진 결합력의 합이라고 했지만, 박막의 밀착력 = 표면에너지가 아닙니다. 밀착력은 표면에너지 외에 위에서 말한 기계적, 확산, 반데르발스 힘 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기판위의 박막원자들이 어느것이 물리적 밀착을 하고 어느것이 화학적 밀착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원자가 얼마나 확산을 하고 몇개의 원자가 반데르발스 결합을 했는지, 또 어느것이 화학적 결합을 얼만큼 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박막의 밀착력을 측정하는 것을 대단히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밀착력을 측정하는 방법도 어느것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열 몇가지나 되고, 각각의 방법들에 따라 측정값이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실제 밀착력 자체는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박막을 형성하는 조건에 따라서 대단히 큰 차이를 가지고 달라지게 됩니다. 측정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밀착력은 실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인데, 너무 임팩트 없이 심심하게 끝내는거 같아서..
다음 글에는 밀착이 안되면 나타나는 현상과
밀착을 방해하거나 증가시키는 요인들 몇몇개에 대해 하나 더 해볼까 합니다.. ;ㅁ;
...by 개날연..
작성한 내용을 날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조금 늦었습니다. - _-
덕분에 주말도 같이 날리는군요. - _-y~
역시 일 끝내고 이 새벽에 마시는 커피가 제맛이죠.. - _-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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