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때문인지.. 아니면 약 때문었는지
하루가 다르게 몸이 여위여가고 지쳐가는 힘겨웠던 날들에서도
나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지가 기억에도 먼곳이지만
그저 가끔 생각나면 꺼내들고 눌러대던 익숙하고 때묻은 셔터일뿐.
그런데 유독 그때 만큼은 이상하게 사진에 집착을 했어.
기분이 좋았어.
진득한 피로가 몸을 끈적이게 하고
답답한 공기가 복도를 가득 채워 벗어나고 싶었던 그곳이었어도
내 몸속에선 뭔가가 꿈틀댔거든.
이런 나라도 뭔가 할게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아파도 좋았어.
약이 없으면 하루를 못견디고
날마다 불안과 긴장에 가득차 진이빠져 쓰러지던 날들이었어도
내 머리속에선 뭔가가 떠올랐거든.
이런 나지만 뭔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몸은 그때와 변함이 없지만
난 오늘도 마저 끝내야 할 일들이 많아.
비록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찮은 일들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만족해.
그리고
내일 할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 있다는것에 감사해..
어지러이 쌓여진 필름들을 뒤적이다
우연히 찾아낸 한장의 사진.
오래전 그날.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낡은 카메라 한대가
나와 같이 했다.
2005. 01. 31
Minolta @-9000
...by 개날연..
정말 오랜만에 내 사진첩과 예전에 써놓았던 글들을 뒤적이다가 찾은 글...
몸 상태는 여전히 지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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