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가 기억하는 7월의 장마는...
어린날의 그 지루했던 장마는...
정말로 한달 내내 그치지 않고 비가 내렸던거 같습니다.
지금의 하루 잠깐 비오고.. 며칠 쨍하고.. 또 잠깐 비오고.. 며칠 쨍한...
그런 변덕같은 날씨가 아닌...
한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일주일은 멈추지 않았던...
그런 장마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시골에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썼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물을 항아리에 담아 빨래도 하고 세수도 하고 마시기도 했던...
지붕 처마를 타고 콸콸 쏟아지는 빗물에 머리를 감으며 까르르 대던
철없던 어린 기억이 있지요...
아무리 비가 많이와도 학교에는 우산을 쓰고 가지 않았을 정도로..
비를 좋아했습니다.
온몸이 흠뻑 젖어 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으로 교실에 들어가곤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절 정상적이라 생각한 애들은 극히 드물었던거 같습니다.
그런 제가 우산을 쓰기 시작한건...
아마도 옷이 한벌뿐이라,
젖으면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비를 즐깁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나와는 달리...
맞는 비 보다...
바라보는 비를 더 즐겨하는거 같습니다.
이 밤에 비내리는 소리를 맞으며...
또 내리는 비를 들으며...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머그잔에 가득담긴 따뜻한 커피와,
애써 잡고있는 추억의 끝과
일하며 어질러진 책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
어쩌면...
내가 그렇게 비가 오는걸 바란 이유는...
비가 오는 날엔...
더욱 더 바다가 보고싶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비가 오는 날 만큼은...
지루하게 떠돌던 마음이
잠시라도 머물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2007. 07. 03
5년전 노트..
...by 개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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