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월 31일...
설을 맞이하기 위해 시골에 내려와
저녁을 치루고, 차를 한잔 하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걸 두고 방에 혼자 가만히 누워있다가
문득 생각난게 있어 밖으로 나갔다.
오후에 세상을 뒤엎을듯 눈이 내렸었는데 이미 눈은 그친지 오래...
날씨는 매우 추워져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맑음 그 자체...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외딴 시골집 마당에서 올려다 본 하늘...
2.
별...
별들...
겨울사이로 별이 보인다.
이곳도 예전과는 달리 많은 오염으로 인해
그 수가 비교할 수도 없이 감소했지만
하지만 서울에선 감히 상상치 못할 많은 별들이 그곳에 있었다...
오래전 여름...
나는 이곳 시골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누워.. 별들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정말로 검은 도화지에 우유를 흘려놓은듯했던
하늘을 뚜렷이 둘로 가로지른 은하수와
하늘 한가득 현란할 정도로 넘쳐나 표현하지 못할..
수 많았던 별들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 저것들이 모두 내게로 쏟아져 내릴까봐 겁이나
상기된 얼굴로 가슴이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서울서 태어나 서울서 자라온 내 기억은
그땐 서울에서도 이처럼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흔히 만날 수 있었던 것을
또렷히 각인하고 있다.
그 차이만큼의 시간의 흐름.
3.
중고등학교 시절...
언제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곤 했던 그때...
난 밤이 되면 경사진 플레이트 기와를 가진 우리집 지붕에 올라가
낮동안 태양에 따뜻하게 덥혀진 기와위에 편안히 누워서
한동안 별들을 올려다 보다 내려오곤 했다.
요즘엔 가끔...
나는 간혹 차를 몰고 여기저기 무작정 돌아다니곤 하는데...
밤길, 산길, 들판길을 아무생각 없이 달리다가
한적한곳에 차를 세우고, 차 위에 올라가 누워 별을 올려다 본다.
아름답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눈물이 나기엔 충분하지만...
별들은 여전히 많은 추억거리를 매달아놓고 있다.
4.
내 어린시절의 기억들과...
어느날 부터 별들을 사랑한 이후로...
사람들은 항상 내게 어느 별이 좋으냐, 어느 별자리가 좋으냐 묻곤 했다.
나는 그저 별이 좋아 바라봤을뿐, 별을 관측한적은 없는데...
그러나 사람들의 끝없는 그런 질문들로 쌓여져버린 나는...
어느새 누군가 별을 좋아한다 하면
저사람도 별자리를 좋아하나 보군...이라 생각하는 편견을 갖게되고
나조차 '어느별이 좋으냐'라고 물어버리곤 했다.
5.
산비탈에 경사지게 지어진 시골집...
진흙을 짚단에 섞어 네모반듯하게 빚어 굳힌 진흙벽돌로 쌓여진 담벼락...
그 담벼락 바로 아래쪽에는..
내가 기억할수있는 먼 오래전 그때에도 그 모습이었던
커다란 감나무가 한그루 시골집을 내려다 보며 서있다.
눈물이 난다...
낙엽 한잎 남기지 않고 다 떨어져버린 앙상한..
그러나 무성한 가지들...
가슴을 울렁여 넘치게 하는 아름다운 별들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짝이고있는 자그마한 꼬마전구들 처럼
그 가지가지마다 하나가득 걸려...
잔잔하고도 예쁘게...
그렇게...
바람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by 개날연..
2004년 1월에 썼던 글. 오래된 자료를 뒤져서 찾았다.
답답해서 창문을 열었는데 별 하나 보기가 힘들어 문득 생각이 났다.
매년 아직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다녀보지만
반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또 반은 광해 때문에 별을 보지못하고 온다.
현재 지구시간으로 새벽 2시. 보통 이때쯤은 커피가 맛있다.
글 : 개날라리연구원
그림 : 개날라리연구원
업로드 : 개날라리연구원
발행한곳 : 개날라리연구소
........ - 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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